[선생님의 행복편지] "얘들아, 너희들 웃음에서 자연을 보았단다"
송명원(경북 봉화 소천초등학교 남회룡분교)
기사입력 2010.07.13 09:36
  • 연일 무더운 날씨에 벌써부터 전국이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지금쯤이면 어디를 가나 선풍기와 에어컨이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에어컨은 물론 아직 선풍기 한번 작동시키지 않았다. 통고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앞에서 선풍기와 에어컨은 감히 상대가 되지 못한다. 곧게 뻗은 금강목이 사방을 둘러싸고 맑은 회룡천이 흘러가는 곳, 등산객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도 별로 없는 이곳에도 아이들이 있다.

    수업을 마치고 순태, 순호, 홍일이, 성일이, 본희와 함께 학교 앞 개울에 골뱅이를 주우러 갔다. 2학년인 성일이와 본희는 작은 페트병을, 6학년 순태는 냄비를 들었다.

    “야들아, 여기 가득 잡을 수 있을까? 많이 잡아서 내일 오후에 삶아 먹자.”

    “에이 선생님, 이 정도는 금방 잡아요. 내가 얼마나 잘 잡는데요.”

    “선생님, 내일 아침에 삶아 먹어요. 수업하지 말고. 히히”

    “그래그래.”

    개울에 도착하자마자 다섯 남자아이는 바지를 벗어 던지고 팬티 차림으로 물속으로 들어가 골뱅이를 줍기 시작했다. 고학년인 순태와 홍일이, 순호는 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골뱅이를 주웠고, 저학년인 성일이, 본희는 나와 함께 다니면서 골뱅이를 주웠다.

    “야들아, 그런데 골뱅이가 많이 없다.”

    “시간이 빨라서 그래요. 골뱅이는 저녁에 많이 나오는데, 이제 5시라서 그래요.”

    “그렇구나. 너희들은 많이 주웠나?”

    “많이 못 주웠어요. 선생님, 저 위쪽으로 한번 가봐요.”

    맞다. 골뱅이는 해질 무렵인 오후 6~7시쯤에 많이 나오는데, 우리가 빨리 온 것이다. 그래도 여기저기 성격 급한 골뱅이들이 나와 있었다. 많이 잡는 것도 재미있지만,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골뱅이를 찾는것 또한 재미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한 시간 동안 온 개울을 뒤지고 다녔다. 그래도 냄비에 반 정도 채웠다.

    “선생님, 우리 다음에 또 잡으러 와요.”

    “그래, 다음에는 가득 잡아서 온 동네 다 나눠 먹자. 그리고 산딸기도 따러 가자.”

    아이들이 활짝 웃었다. 나 또한 행복했다. 자연 속에서 자라고 자연이 품은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