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운동·독서·봉사하라… '꿈'이 익는다
기사입력 2010.07.12 03:06

교사들이 말하는 '여름방학에 꼭 해야 할 것들'

  • 방학이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학기 중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의미에서 방학은 중요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빡빡한 학원 스케줄로 숨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사들은 "학부모들은 방학을 '선행학습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로 인식하지만 이번 여름 방학이 아니면 하지 못할 일들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 “방학 계획 세우기부터 체험 학습까지, 가족과 부대낄 시간 필요”

  • 바쁜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선행학습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학습할 시간은 있어도 직접 만지고, 보고, 느낄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명호 서울 잠전초 교사는 “‘선행학습을 하면 공부를 잘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재,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동전 세기 등 교과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정리해 만든 것이다. 진정한 선행학습은 앞으로 배울 내용에 포함된 배경 지식을 미리 경험하는 것”이라며 체험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선혜 서울 대모초 교사도 “아이들이 평소에 보지 못하는 동ㆍ식물을 접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장소를 선택할 때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야 학습의 연장선,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는다”며 체험활동을 통해 가족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볼 것을 권했다.

  • 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김형호 객원기자
    ▲ 염동우 기자 ydw2801@chosun.com 김형호 객원기자
    학습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 방학 동안 읽기, 쓰기, 셈하기를 반드시 짚어줘야 한다. 수학은 여러 권의 문제집을 사서 문제를 맞혔는지, 틀렸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수학 익힘책을 다시 한번 풀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읽기는 교과서를 큰소리로 읽고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을 읽은 후에는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한두 문장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초등 고학년은 학습 계획을 세우기 전에 아이의 성적이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만약 성적이 80점이 넘지 않는 아이라면, 예습보다는 복습을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명호 교사는 “학부모는 내 아이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좋지 않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부족한 공부 습관을 방학 동안 길러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공부 습관을 잡아줄 땐 시간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양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학습량을 함께 정하고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자유시간을 주는 방법으로 스스로 공부량을 체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방학을 이용해 운동을 배워보는 것도 좋다. 수영, 스포츠댄스, 축구 등을 배우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호 교사는 “개학 후 ‘방학 때 뭐했니?’라고 질문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는 아이가 드물다. 운동은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체험학습, 독서 등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는 방학이지만, 자칫하면 생활 불균형을 초래한다. 한선혜 교사는 “개학 후 아이들은 무너진 생활 리듬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을 가장 힘들어한다. 방학 동안 기상 시간을 조금 늦추되,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 시간표에 맞춘 생활을 하는 것이 방학 후유증을 겪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중등, “책, 영화 등 간접 경험을 통해 진로 탐색할 기회 마련해야”

  • 중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와 확연히 달라진 학습량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방학을 얼마나 알차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박정은 동덕여중 교사는 “방학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눠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부모가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보다 아이가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학생이 된 만큼 공부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지 않고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개학 후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기만 하죠. 지난 학기에 부족했던 단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복습하고 나서,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시식한다’는 느낌으로 예습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EBS, 에듀넷, 꿀맛닷컴 등을 활용해 ‘다음 학기에 무엇을 배울지’에 대해 미리 맛만 보세요. 또 미술관ㆍ콘서트 관람처럼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뤄뒀던 독서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우정 숙명여중 교사는 “학기 중에는 교과 학습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음 놓고 책을 읽는 학생이 드물다. 방학 동안 자주 서점에 들러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과 다음 학기에 배울 문학 작품, 관심 분야의 책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

    진로에 대해 탐색할 시간도 필요하다. 목표 없이 공부하는 것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정은 교사는 “영화, 책 등을 통해 관심 있는 직업을 간접 경험하거나 나만의 롤 모델을 설정해 그와 관련된 정보를 스크랩해보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방학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일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 만들기, 봉사활동 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제2외국어 접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정우정 교사의 이야기다.
    “방학은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해요. 가족과 봉사활동을 하거나 운동을 함께하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효율적인 시간 분배를 통해 보충학습, 충분한 휴식, 체험활동, 봉사활동 등 학기 중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한다면, 개학 후 학습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성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