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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8시 인천 부곡초등학교.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등굣길에 나선 학부모들은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이 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있어 비교적 안전한 지역임에도 교문 앞에는 교감 선생님과 ‘배움터 지킴이’ ‘녹색 어머니회원’이 나와 등교 지도를 하고 있었다. 1학년 딸을 둔 윤상경 씨(39세)는 “아이 등교 때 매일 함께 오고 있다”면서 “하교할 때는 같은 방향 아이들끼리 무리지어 다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아동 성폭행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등·하굣길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린 ‘초등학교 내 외부인 출입통제’ 지시에 따라 학교별로 다양한 안전 대책이 시행되면서, 일과 시간 중 학교 주변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학교들 각종 보호 대책 마련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문 통제’다. 서울 미동초등학교는 오전 9시 등교시간이 지나면 후문을 폐쇄한다. 배움터 지킴이 1명이 정문과 후문을 모두 감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CCTV로 학교 구석구석을 살핀다. 권무 교장은 “점심때 주변 직장인들이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곤 했지만 모두 통제했다”고 말했다. 일부 초등학교 중엔 외부인 통제를 위해 10여 개 출입문 중 1~2개 주요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쇄하는 곳도 있다.
선생님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학교도 있다. 부천 덕산초등학교는 지난 3월 모든 선생님이 학교 주변을 돌며 취약지구를 파악해 관리하고 있다. 1~6학년 여자 어린이들에게는 위급 상황 시 경고음을 울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알림이’를 지급해 소지하도록 했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쉬는 시간 외에는 화장실에 갈 때도 꼭 짝을 지어 다니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모든 학생이 오전 8시 10~30분 사이에 일제히 등교하도록 지도하거나 교사 안전 지킴이 조직, 긴급 신고전화 스티커 배포, 방범창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이 동원되고 있다. -
▶정부·교육청 등 지원 있어야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학교와 학부모들의 노력만으로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내기란 역부족”이란 게 현장의 목소리다. 수원 일월초등학교 이진숙 교장 선생님은 “대학처럼 일선 초등학교에도 경비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율현초등학교 호월출 교감 선생님은 “(부족한 예산을 가지고) 막고 닫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학교가 성처럼 돼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역 경찰에 직접 협조를 구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인천 부곡초등학교는 “관할 경찰서 지구대에 지원을 요청해 등·하교 시간에 경찰관이 30여분씩 상주하도록 하고 있다.
"성범죄, 등잔 밑도 다시 본다"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출입자 단속·지킴이 배치 등 학교들 속속 비상대책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