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국수가 좋아서(상)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7.03 16:26

"부엉이가 울어야 국수를 해준다고?"
게으른 사위, 밤마다 나무에 올라 부엉이 흉내를 내는데…

  • 옛날에 어느 농부가 데릴사위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살아 보니 사위가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리석고 둔한 데다가 일하기를 싫어하고 음식만 탐했던 것입니다.

    사위는 농사일이 한창 바쁜 철에도 논밭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텅 빈 집에서 혼자 낮잠을 자거나, 술이나 얻어먹으려고 주막을 들락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장인은 이런 사위가 몹시 미웠습니다.

    어느 날 밤, 사위는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색시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국수 좀 해 줘라, 응?”

    “오늘 밤에는 안 돼요. 부엉이 소리가 나지 않았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집에서는 아무 때나 국수를 해 먹지 않나?”

    “네. 뒤뜰에 있는 오동나무에서 밤에 부엉이 소리가 나야 국수를 해 먹는다니까요.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집안의 풍습이에요.”

    사위는 뒷간으로 가는 척하며 방에서 나와 뒤뜰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오동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사위는 얼른 오동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나무에서 내려다보니 장인, 장모의 방이 보였습니다. 사위는 그 방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부엉부엉, 부엉부엉!”

    장인이 이부자리 속에서 말했습니다.

    “당신도 들었지? 부엉이가 울고 있소.”

    “그렇네요. 국수를 해 먹어야겠어요.”

    장모는 한밤중에 국수를 삶았습니다. 그리고 식구들을 불러 다 같이 국수를 먹었습니다. 사위는 소원대로 국수를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 밤에도 사위는 국수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뒤뜰 오동나무 위로 올라가 부엉이 소리를 냈습니다. 장인이 장모에게 말했습니다.

    “부엉이가 또 우는군.”

    “그런데 부엉이 소리가 좀 이상해요.”

    “정말 그렇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장인은 방에서 나와 오동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누가 부엉이 소리를 내나 했더니 역시 사위였군. 내가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목이 쉬어라 외치는 꼴 좀 봐. 하여간 일은 안 하고 먹는 것만 지독하게 밝힌다니까.’

    장인은 사위가 얄미워 다음 날 새벽까지 ‘부엉부엉!’ 소리치게 내버려 두었습니다. 〈하편에 계속〉



    생일·혼례… 특별한 날 먹는 '국수'

  • 비빔국수.
    ▲ 비빔국수.
    국수는 밀가루, 메밀가루, 감자가루 등을 물로 반죽해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썰든지 국수 틀로 가늘게 뺀 것을 삶아 국물에 말거나 비벼서 먹는 음식이다. 국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에서 많이 먹어 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시대에 와서 국수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밀농사가 잘되지 않아 밀가루가 귀했다. 따라서 국수는 생일・혼례 등 잔치에 쓰이는 특별 음식이 됐다. 국수가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진다고 생일에는 오래 살라는 뜻에서, 혼례에는 부부의 인연이 길게 이어지라는 뜻에서 널리 쓰였다.

    국수는 조리 방법에 따라 삶은 국수를 더운 장국에 말아서 먹는 온면(국수장국), 국수를 찬국이나 동치밋국 같은 것에 말아서 먹는 냉면, 국물을 쓰지 않고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국수 등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