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웠지만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패배 속에서 본 희망은 더 큰 꿈을 꾸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27일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2대1로 아깝게 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태극전사들은 이날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맞아 볼점유율에서 55대45로 앞서는 등 투혼을 불사르며 시종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우리를 향해 웃음 짓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도전’은 여기서 막을 내렸지만,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목표를 거머쥔 이들의 ‘또 다른 도전’은 이제 막 출발점을 통과했다. -
▲16강전서 우루과이에 2대1 석패
상대 골대 왼쪽을 맞힌 박주영의 예리한 프리킥 등 경기 초반 주도권은 태극전사들이 잡았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노련했다. 전반 9분 우리 수비들의 호흡이 잠깐 흐트러진 틈을 이용, 우리 골문 왼쪽에서의 크로스를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시키며 선제골을 따냈다. 태극전사들도 강한 투지로 우루과이 문전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골문이 열린 건 후반 23분. 프리킥 찬스에서 기성용이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머리를 맞고 왼쪽으로 굴절되자 이청용이 골지역으로 달려들며 헤딩슛을 꽂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의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35분 코너킥 후 흐른 공이 선제골의 주인공 수아레스의 발에 걸리면서 또 한 번 우리 골문이 뚫렸다. 우리나라는 거센 반격에 나섰지만, 결국 추가득점에 실패한 채 경기가 종료됐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이룬 ‘사상 첫 원정 16강’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축구강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두고 ‘개최국 이점에 의한 결과’라고 깎아내리던 나라들도 이번 대회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결과엔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통신은 우리나라의 ‘사상 첫 16강 진출’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고, 중국 신화통신은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태극전사들이 훌륭하게 플레이했다”며 격려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국은 골을 내주고 거의 한 시간 동안 공격을 주도하며 우루과이를 몰아붙였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허정무 감독이 한국 사령탑으로선 처음으로 원정대회 첫 승리를 따냈다는 점과 대표팀의 효과적인 세대교체 성공 등도 이번 월드컵이 낳은 큰 성과로 꼽힌다.
▲4년 후 브라질을 준비한다
대표팀은 귀국과 함께 사령탑 선임 등 코칭스태프 개편 작업에 들어간다. 허정무 감독의 계약이 남아공 월드컵과 더불어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4년 후 열릴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밑그림 또한 그려진다.
새 대표팀은 당장 내년 1월 개최될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대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지성·이영표·이운재·안정환·김남일·이동국 등 30대 전후의 고참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사실상 대표팀 은퇴 수순을 밟을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이청용·기성용·박주영과 올림픽대표팀의 이승렬·김보경 등이 대표팀 중심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내년 1월의 아시안컵을 끝내면, 새로운 태극전사들은 2011년부터 시작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으로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쓰기 위한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한다.
16강 꿈 이뤄 행복했다 4년 뒤 꿈이 있어 행복하다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우루과이와 우세한 경기…아쉬운 탈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