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조선을 빛낸 두부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6.27 01:26

세종, 명나라 사신단에 찬모도 함께 보냈는데···
"황제가 '조선 두부' 맛에 반했다 하오"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조선 제4대 세종 때의 일입니다.

    조정에서는 중국 명나라로 사신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세종은 조선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5000년 역사를 지닌 전통문화가 있음을 명나라에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에게 조선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물건을 싣고 가게 했습니다.

    물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종은 사신 박신생을 불러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우리 조선의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지 중국 땅에 알려야겠으니,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는 찬모들도 데려가시오.”

    박신생은 찬모들도 불러들여 함께 중국으로 떠났습니다.

    명나라는 오고 가는 데만 여러 달이 걸릴 만큼 머나먼 곳에 있습니다. 사신 일행이 임무를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것은 계절이 몇 번 바뀐 뒤였습니다.

    “수고 많았소. 다녀온 일은 잘되었는가?”

    "네, 전하. 모든 일이 잘되었습니다. 그리고 명나라 황제께서 이것을 전하께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박신생은 편지를 꺼내어 세종에게 바쳤습니다. 세종은 말없이 편지를 읽었습니다. 무슨 내용이 적혔는지 흡족한 듯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잠시 뒤 세종이 편지를 접으며 명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저녁때 잔치를 벌여야겠소. 잔칫상을 올릴 때 꼭 두부 요리를 올리라 이르시오.”

    신하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신이 임무를 잘 마치고 돌아와 잔치를 베푸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두부 요리를 꼭 상에 올려야 한다고 명하니 그 까닭을 알 수 없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세종은 신하들과 잔칫상 앞에 앉았습니다. 잔칫상에는 갖가지 두부 요리가 잔뜩 차려져 있었습니다. 세종은 만족스러운 듯 상을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 명나라 황제로부터 이런 내용의 편지를 받았소. 명나라 황제는 우리 사신과 함께 간 찬모들이 만든 갖가지 음식을 맛보았다 하오. 그런데 그 음식이 모두 훌륭했지만, 두부 요리가 단연 뛰어나다는 거요. 두부가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그 기술이 이곳으로 전해졌는데, 자신은 조선 두부 맛에 홀딱 반했다고 했소. 그래서 이번 기회에 조선의 두부 만드는 법을 꼭 배우겠다며, 두부 요리를 잘하는 찬모 열 명을 명나라로 보내 달라는 거요. 이렇게 우리 두부가 중국으로 가서 조선을 빛냈으니, 우리도 이를 축하하며 함께 두부 맛을 봐야 하지 않겠소?”

    세종의 말이 끝나자 신하들은 모두 기쁜 얼굴로 두부 요리를 먹었습니다. 평소에도 맛이 좋지만 그날따라 두부 맛은 최고였습니다.


    맛·향·윤기··· 음식의 '5미' 두루 갖춘 두부 요리


  • 두부 스테이크.
    ▲ 두부 스테이크.
    두부는 콩을 갈아서 만든 음식이다. 맛이 좋고 향기가 있으며, 광택이 나고 모양이 반듯한 데다 먹기에 편해서, 음식의 ‘5미’를 갖춘 식품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인 콩으로 만들어 단백질도 풍부해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이다.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두부가 전래된 것은 고려 말기로 추정되고 있다.

    그 뒤 두부는 조선 시대로 넘어와 갖가지 가공법이 개발되었다. 그리하여 두부·순두부·튀김두부·얼린두부·자루두부 등 수십 가지 두부가 나왔다. 조선 시대에는 이처럼 두부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 중국과 일본에까지 그 기술을 전해 주기도 했다. 두부는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튀기기·볶기·끓이기·찌기 등 그 요리법이 50가지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