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낸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은 ‘화합’과 ‘자율’, ‘경쟁’ 등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화합·자율·경쟁'으로 16강 쐈다
무서운 감독에서 부드러운 감독 대변신
지난 2007년 12월 처음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만 해도 허 감독은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고집스럽고 권위적이며, 선수들에게 ‘무서운 감독’이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월드컵 대표팀을 맡으면서. 그는 2008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아시아 최종예선에 ‘캡틴’을 맡아왔던 김남일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자, 주장 완장을 박지성에게 넘겨주면서 선수단의 자율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에게 “경기장에서는 네가 감독이다. 감독이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은 주장이 대신 이끌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 후에는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이야기할 시간을 꼭 준다. 또 훈련 시간에도 패스 게임이나 볼 뺏기에 동참하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 이런 변화는 이운재·안정환·김남일·이동국 등 고참급 선수와 이승렬·김보경 등 젊은 선수들이 혼합된 선수단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
그러나 그는 선수들에게 “스스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자율 경쟁을 통한 옥석 가리기는 선수들로 하여금 스스로 훈련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주변의 반대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계속 실험해왔고, ‘유럽파’ 박주영과 이청용, 기성용을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는 “빨리 엔트리를 확정하고, 베스트 11도 빨리 확정해 조직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주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아공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23명의 엔트리 경쟁을 고집했고, 또 경기 직전까지 ‘선발 출전 경쟁'을 유도했다. 지난 13일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승리하자 외신들은 허 감독의 ‘용감한 결정'과 ‘무한 경쟁'이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허감독 둘째딸 "16강 확정 뒤 엄마와 계속 울기만…"
‘명장’ 허정무 감독에게는 부인 최미나 씨와 두 딸(허화란·허은)의 든든한 사랑이 있었다.
허 감독의 부인 최미나 씨는 1970년대 말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더블 MC를 맡았던 방송인 출신. 1980년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뛰는 허정무 감독에게 합류한 이후 묵묵히 축구 선수와 지도자의 아내로서 살아왔다. 이들은 스포츠-연예인 커플 1호로 불리는 잉꼬부부다.
큰딸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화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항공 승무원으로 재직 중인 둘째딸 은 씨는 16강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는 “엄마와 함께 계속 울기만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아빠와 통화했는데, 우리가 너무 보고 싶어 죽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아빠는 그동안 가족들이 얼마나 마음고생 했겠느냐며 걱정만 하셨다”고 전했다.
허정무 감독 리더십 & 가족이야기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