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행복 원한다면 감정 코칭 해줘야"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기사입력 2010.06.21 03:07

'아이의 행복 키우기' 저자 크리스틴 카터 인터뷰
'감정 사전' 만들어가족의 기분 나누면어휘·정서능력 커져

  • "우리가 아이에게 바라는 가장 큰 바람은 아이의 행복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아이가 행복해지는지 방법을 아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양육전문가인 크리스틴 카터 박사(UC버클리대학)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부모에게 지금 당장 산소마스크를 쓸 것을 권했다. 부모는 양육과 사회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조금씩 지쳐가며 자신의 행복과 점점 멀어진다. 맛있는공부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진 카터 박사는 행복은 학습되는 것이며, 스스로 행복을 모르는 사람이 자녀의 행복을 만들어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부모는 아이들과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세심하게 반응하면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 할 수 있게 되죠. 이것이 바로 정서지능의 기반입니다.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행복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감정을 다스리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 정서지능에 관한 일문일답

    Q.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정서지능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서지능이란 무엇인가.

    A. 정서지능은 읽기와 마찬가지로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역경을 극복할 힘은 사회적·정서적 지능에서 나온다. 정서지능은 행복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 정서지능이 높아지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돼 상황을 건설적으로 해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또한 정서지능이 높을수록 배움을 즐기고 친구들과 잘 지내며, 정신적 회복력이 강해 학업 성취가 낮더라도 이를 만회할 힘을 갖게 된다.

    Q. 정서지능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A. 가장 중요한 방법이 '감정 코칭'이다. 효과적으로 아이에게 감정 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감정이입해서 말로 표현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무척 화가 나 있는 것 같구나", "이야, 그 퍼즐 때문에 정말 신경질 나겠다", "좀 겁먹은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 "나도 너만 할 때 무섭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어", "네 동생 때문에 화가 나는 거 이해해"와 같은 대화법이 좋겠다. 이런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나쁜 감정과 나쁜 행동의 차이점을 배우게 된다.

    Q. 부모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을까.

    A. 감정을 다스리는 데 마음 챙김(mindfulness)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눈물이 터질 것 같은데 업무 중이라 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신체의 움직임에 마음을 집중시키면서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눈물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렇게 마음속으로 되뇌며 몸속에서 어떤 작용들이 일어나는지 생각한다. "목이 칼칼하네, 배도 좀 아픈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느끼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자체만 인식하는 것이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인정하면 오히려 그 감정이 더 빨리 사라진다.

    Q.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할까.

    A.
    자유로운 놀이야말로 아이들의 건강한 지능과 감성, 사회성 발달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매일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성취나 결과가 아니라 배움의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돕자. 아이들이 '배움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지', '수업 참여도가 높은지', '어려운 과제를 받았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려 하는지', '실패를 했을 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지', '실패를 통해 교훈을 배우고 있는지' 이런 점들을 중요시해야 한다. 양육의 목적을 아이의 행복과 성공, 건강과 부, 여러 가지로 두지 말고 부디 '아이의 행복' 한 가지만 목표로 삼기 바란다. 행복한 사람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크리스틴 카터 박사의 정서지능 개발법

    아이의 정서능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자신의 감정을 묘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어휘를 알려줘야 한다.

    가족 감정 목록 만들기

    1. 큰 종이에 '감정 어휘 사전'이라는 제목을 쓴다.

    2.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험한 감정과 기분을 떠올려 종이에 적는다. (표현이 애매모호해도 된다. 감정을 적는 것이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3. 목록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고 새로운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자유롭게 쓴다.

    4. 가족의 감정 목록에 적혀 있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 (놀이를 하듯 특정 감정을 경험했던 순간을 이야기해보자. 단 누구도 비판, 심판, 설교 할 수 없다.)

    5. 가족 모두 색깔을 하나씩 가지고 목록에 적힌 감정을 느낄 때마다 목록에 각자의 색깔을 표시하도록 하자. (아이가 다른 가족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6. 특정 감정을 관찰해보는 날을 정해서 모든 가족이 그 감정에 대해 관찰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관찰 후 반드시 이야기를 나누자. 예를 들어 그 감정을 느꼈을 때의 몸의 변화나 얼굴 표정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