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소금이 있어야 밥을 먹고 산다(하)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6.19 23:16

사돈에게 간 안 된 음식 대접한 소금장수 부부 "소금의 소중함을 이제 아셨습니까?"

  • 소금장수 부부는 사돈 내외가 집으로 오자, 먼저 술상을 차려 대접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돈 내외는 안주를 먹어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전혀 맛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돈 내외가 안주를 들지 않자, 소금장수 부부는 밥상을 차려 왔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갖가지 음식을 잔뜩 올린 상이었습니다. 음식들이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사돈 내외는 수저를 들어 반찬을 먹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국은 물론 김치에 밑반찬까지 전혀 맛이 없었습니다. 간을 맞추지 않아 맹탕이었습니다.

  • ‘흠,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았나 봐. 너무 싱거워 도저히 못 먹겠어.’

    사돈 내외는 똑같이 이런 생각을 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사돈, 어째서 음식을 들지 않으십니까?”

    “아, 예, 아침을 늦게 먹어서….”

    “조금이라도 더 드십시오. 사돈이 오신다고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했는데….”

    “고맙습니다. 하지만 배가 불러서….”

    사돈 내외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음식을 사양했습니다.

    그때 소금장수가 말했습니다.

    “사돈 내외께서 어째서 음식을 드시지 않는지 저희도 압니다. 소금을 넣지 않아 음식이 싱겁고 맛이 없어서이지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희는 음식에 일부러 소금을 넣지 않았습니다. 소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우쳐 드리려고요. 저희가 소금장수라고 너무 박대하지 마십시오. 이 세상 사람들은 소금장수가 있어야 밥을 먹고 삽니다. 존귀한 임금님이든, 사돈 같은 부잣집이든, 구걸하는 거지든 다 마찬가지이지요. 소금이 있어야 밥을 먹고 산다 이겁니다. 소금장수라고 차별하지 마십시오. 관리가 되었든 농부가 되었든 저마다 자기 할 일을 해야 이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겠습니까. 제발 소금과 소금장수 귀한 줄 알고 저희 딸을 귀여워해 주십시오.”

    사돈 내외는 소금장수의 말을 듣자마자 큰절을 올렸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어느 신분이든 소금이 없으면 밥 먹고 살 수 없지요. 귀한 깨우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따님 걱정은 마십시오. 저희가 딸처럼 돌보겠습니다.”

    그 뒤 부잣집 내외는 며느리가 소금장수 집 딸이라고 구박하지 않았습니다. 사돈에게 말한 대로 딸처럼 사랑하며 잘 돌봐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돈끼리 자주 만나며 사이좋게 지냈답니다.

    <소금을 팔러 돌아다닌 소금장수>

    바닷가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배를 통해 육지로 옮겨졌다. 백제 초에는 남한강을 이용해 소금이 충청도 산골 마을까지 보급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바닷가에서 만들어진 소금이 서울 주위에 있는 포구로 일단 운반되었다. 광나루·뚝섬나루·양화나루·마포나루 등이 소금이 집결되는 포구였다. 여기서 소금을 사들인 상인들은 구매 독점권을 갖고 있는 상인들에게 넘겼다. 그러면 상인들은 배에 소금·새우젓 등을 싣고 남한강을 통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 강원도 영월에는, 배가 도착하면 수백 명의 장사꾼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소금을 받아 지게에 지고, 뿔뿔이 흩어져 강원도 산골 마을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소금이 워낙 무겁기 때문에 소금이 어느 정도 팔리면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