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실험도 하는 '영어수업'
글=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사진=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양수열 객원기자
기사입력 2009.06.22 03:13

진화하는 영어 초등부 수업

  • "What kind of soil is this?(이건 어떤 종류의 흙이죠?)"

    "Sandy.(모래요.)"

    경기 안양(평촌)의 프리머스키즈 초등부 과학교실. 6명의 아이들이 샬레에 담긴 여러 종류의 흙을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퍼낸다. 하얀 종이 위에 흙을 옮기고 이번엔 돋보기를 꺼내 들었다. 눈을 빛내며 흙을 들여다보던 아이들은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며 각자 자신의 느낌을 얘기했다. "Teacher, this is like jelly.(선생님, 이건 젤리 같아요)" 한 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영어수업인지, 과학수업인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최근엔 이처럼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다양한 영어수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 프리머스키즈 과학수업에서 아이들이 흙 관찰 수업을 하고 있다.
    ▲ 프리머스키즈 과학수업에서 아이들이 흙 관찰 수업을 하고 있다.
    프리머스키즈 국제학부 과정은 미국 교과과정을 그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이혜미 팀장은 "미국교과서로 수학, 과학 등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이 많지만, 교과서 읽기에 그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프리머스키즈에서는 language art(영어), social studies(사회), math(수학), science(과학) 등을 미국 학교와 동일한 방법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social studies에서 'neighborhood(이웃)'라는 주제로 수업한다면, 자기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사진을 찍거나 동네의 병원, 수퍼마켓 등을 조사해 자료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하는 식이다. language art(영어) 시간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소개하는 수업이 이뤄진다. science(과학)도 마찬가지다. 식물에 대해 배우면, 직접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등 체험형 수업이 진행된다. 각 수업에 맞는 과학실, 음악실, 강당 등 시설까지 갖췄다. 이 팀장은 "질 높은 수업을 위해 미국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3년 이상 교사생활을 한 원어민 강사들을 채용했다"며 "한 주제로 자료를 구성하고 프레젠테이션하면서 아이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 영국문화원 어학센터 수업모습.
    ▲ 영국문화원 어학센터 수업모습.
    같은 시간, 영국문화원(서울 신문로 소재) 강의실에선 아이들이 원어민 강사와 함께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Head, eye, nose…." 각자 신체 부위를 가리키며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이다. 한참을 뛰다가 바닥에 앉고는 네모난 주사위 공을 서로 던져 주고받으며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영국문화원 어학센터 초등부 수업은 무엇보다 '재미'를 강조한다. 언어를 '즐기지' 못하면 쉽게 지치고 만다.

    영어뿐 아니라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 다른 친구들을 대하는 매너 등 생활지도까지 철저히 가르친다. 고유미 공보관은 "빡빡한 영어수업에 지친 아이·학부모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아이들이 스트레스 없이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 프리머스키즈 과학수업 모습.
    ▲ 프리머스키즈 과학수업 모습.
    아트원(서울 염곡동 소재)에서는 초등생을 위한 영재미술 프로그램이 열린다. 한 반에 1~2명의 학생들로만 구성해 철저한 1대1 수업을 진행한다. 미술을 전공한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수업에 함께 참여한다. 손우민 원장은 "수업에서 영어를 사용하지만, 영어를 가르치기보다는 미술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와 함께 춤과 노래를 배우는 어린이 '영어뮤지컬' 극단도 마련했다.

    아발론교육의 랭콘잉글리쉬는 국내교과서를 기반으로 영어교재를 만들었다. language art(영어), 사회, 수학, 과학 등 교과는 미국 교과과정과 유사하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사회는 한옥, 한국의 명절 등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에 맞게 주제를 구성했다. 과학도 생활 속 과학, 지구과학, 물리 등으로 세분화했다. 수업은 모둠 수업이나 짝을 지어 조사·발표하기,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였다. 모든 단계에서 영어토론 수업도 강화했다. 아발론교육 랭콘사업본부 문영미 본부장은 "한국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해 영어와 학습능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