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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언어학자들의 찬반양론은 팽팽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언어학자인 촘스키(Chomsky)의 언어습득장치(LAD: languageacquisition device) 가설이 크게 부각되면서, ‘영어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이론이 널리 퍼졌다. 그 결과 빠르게는 태교부터, 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우리말과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엄마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아이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영어 교육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영어 교육을 시키려 하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마저 고개를 들게 만드는 게 우리나라 초등학생 영어 교육의 현주소이다.
조기 영어 교육 찬성자들이 이야기하는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설(critical period)', '적정 연령설(optimalage)' , '두뇌기능분리설(brain lateralization)' 등을 보면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 교육의 최적기인 언어사춘기를 만 10세에서 12세 미만으로 잡고 있다. 이들은 언어사춘기 이후에 외국어(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뇌에 유연성이 없어지고 언어습득능력이 떨어져 외국어 배우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외국어(영어) 교육은 언어적 사춘기에 이르기 이전에 시작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조기 영어 교육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언어적 사춘기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 이론에 따른다 해도 만 7·8·9세인 초등학교 저학년 때 본격적으로 영어 교육을 시켜도 결코 늦지 않다. 오히려 적기라고 볼 수 있다. 혹시라도 ‘늦었다!'는 불안감이 든다면 당장 떨쳐 버려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말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만 6세 이후에 영어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은 만 6세부터 발달하기 때문에 그전에 영어 교육을 시켜 봤자 별 소용이 없고 오히려 과잉 학습에 따른 부작용만 나타날 수 있다는 뇌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다.
몇 년 전 방한했던 이중언어학자인 하버드대학원의 캐서린 스노 교수는 ‘영어 교육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라는 EBS 강연회에서 중국의 영어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을 예로 들며 “4세건, 14세건, 40세건 영어를 배우겠다는 동기가 확실하고 영어에 많은 시간 노출되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공부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어릴수록 유리하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이라도 다양한 영어 체험활동을 통해 영어와 친해지고, ‘영어’ 라는 또 하나의 말에 흥미를 갖게 되면 영어공부는 성장 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기 계획을 세워 꾸준히 반복적으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빨리 영어 잘하는 아이로 만들겠다는 엄마의 조급한 마음은 아이에게 영어공부를 강요하기 쉽다.
[엄마표 영어] 빠를수록 좋다는 편견은 버려!
김숙희 소장의 easy English
저학년 때 영어 시작해도 늦지 않아…배우겠다는 동기·흥미 있다면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