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아빠들 "내 아이 내가 지킨다"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10.06.16 09:45

2인1조로 매일 학교 순찰… 교육청, 담 허물기 재검토

  • 대낮 초등학교 안에서 여덟 살 여자아이가 납치돼 성폭행당한 ‘김수철 사건’으로 경찰과 교육 당국의 학교 안전망에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아버지들이 직접 자녀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사건 발생 장소와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 아버지회는, 지난 11일부터 매일 회원 30명이 2인 1조로 학교 안팎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팔에는 노란 완장을 차고 야광 조끼를 입은 아버지들은 평일 저녁과 주말, 교내 운동장은 물론 학교 주변 우범지역을 샅샅이 돌아본다. 학교 주변을 서성이는 수상쩍은 어른뿐 아니라 금품을 빼앗거나 담배를 피우는 불량 청소년들도 감시 대상이다.

    특히 교사들이 절반만 출근하는 토요휴업일에는 학교 복도와 화장실 등 건물 내부까지 살피기로 했다. 2학년 딸을 둔 아버지회 회원은 “동네 지리에 익숙한 아버지들이 순찰하면 아동 대상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재량휴업일 등 정규수업이 없는 날에도 관내 모든 초등학교에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할 방침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는 전직 교원과 경찰관, 청소년 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배움터지킴이가 평일 주간에만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어, ‘김수철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재량휴업일이나 야간 방과후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 교육청은 이와 함께 학교 담장 허물기 사업 등이 학교 안전망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초등학교에 한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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