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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하루아침에 대한민국 육상 100m 신기록이 두 번 깨졌다. 1979년 서말구 선수(현 해군사관학교 부교수)가 10초 34의 기록으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지 31년 만이다. 주인공은 만 19세의 김국영 선수(안양시청). 올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는 이날 오전 열린 예선에서 10초 31로 ‘마의 벽’을 깨더니 오후에 열린 준결승에서는 10초23을 찍으며 하루에 두 번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1일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김 선수를 만났다.
-신기록을 세웠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아직도 조금 들뜬 상태에요. 경기가 끝난 후에 며칠 동안은 잠도 안 오더라고요.”
-기록 경신에 자신이 있었나요.
“4월에 10초17 비공인 기록을 세운 적이 있었어요. 당시 뒷바람이 많이 불어서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바람이 많아 걱정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m공식기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뒷바람이 초속 2 이하로 불어야 한다. 지난 4월에는 초속 4.9의 바람이 불어 기록이 인정되지 않았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운동회 때 학교 육상 감독 선생님 눈에 띄어 잠시 선수 생활을 했었어요. 아버지께서 공부하기를 원하셔서 그만두었다가 제가 하도 하고 싶어하니까 허락을 하셨죠. 본격적인 선수생활은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어요.”
-육상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사실 공부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재주도 없고.(웃음)”
-축구나 야구처럼 인기 있는 종목도 있는데….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전 특별히 구기종목에 재능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달리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요.”
-단거리 스프린터 치고는 키가 작은 편인데요.
“제가 176㎝인데 최소한 180㎝은 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남들이 한 발자국 뛸 때 난 두 발자국 뛰고 남들이 팔 한 번 흔들 때 나는 두 번 흔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평소에 낙천적인 성격인가 봐요.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사실 작년에 슬럼프가 왔었어요. 10초47, 10초80. 결승에도 못 올라갈 정도로 기록이 떨어졌죠. 그때 강태석 감독님(35세·안양시청)이 “넌 능력을 갖추고 있다. 넌 충분히 지금보다 빨리 뛸 수 있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전 감독님을 무조건 믿고 따라요. 그러다 보니까 안심이 되고 기록이 오르기 시작하더라고요.”
-몇 초까지 단축이 가능할 것 같나요.
“목표를, 아니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아요. ‘국가대표가 목표다’ ‘9초9가 목표다’라고 정하면 그걸 이룬 다음에는 그만둬야 하나요? 그래도 목표가 있다면 아프지 않고 선수 생활 오래하는 거예요. 꾸준히 노력해서 10초 벽도 넘고 계속 단축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스프린터 김국영의 꿈은 무엇인가요.
“제 이름이 나라 국(國)에 영화로울 영(榮) 자예요.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를 영예롭게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The 인터뷰] '육상 100m 한국신' 세운 김국영 선수 "남들 한 발짝 뛸때, 두 발짝 뛰면 되죠"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