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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박지성(29세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이끄는 태극호는 강했다. 12일(한국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7분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와 후반 7분 박지성의 골로 그리스에 2대 0 완승을 하며 원정 첫 16강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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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국제 축구연맹(FIFA) 랭킹 47위의 한국과 13위 그리스의 대결이라기엔 무색할 정도로 한국이 압도했다. 첫 골은 기성용(21세ㆍ셀틱 FC)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왼쪽 코너 바로 앞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은 기성용은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고 그리스 수비의 머리를 살짝 넘어간 공은 이정수의 오른발에 걸리며 그대로 그물을 갈랐다.
박지성의 두 번째 골은 세계 최고의 축구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왜 그를 선택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상대 미드필드 지역에서 수비수 빈트라의 공을 빼앗은 박지성은 단독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골대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 공을 꽂아넣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포르투갈전 결승골, 2006년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 동점골에 이은 이번 골로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 중 3개 월드컵에서 연속 골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그리스는 선수 3명을 교체 투입하며 추격전에 나섰지만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
AP와 AFP 등 외신은 한국의 압도적인 승리를 앞다퉈 보도했다. AFP는 한국이 2004 유로 챔피언이었던 그리스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영리한’ 경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AP는 한국이 ‘무기력한’ 그리스를 물리쳤다면서 특히 박지성의 두 번째 골 장면을 비중 있게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그리스 축구를 해체했다’고 추켜세웠으며 ABC 스포츠는 “한국이 경기 내내 그리스를 지배했다”고 극찬했다.
태극호는 이번 승리로 나이지리아에 1대 0으로 승리한 아르헨티나에 골 득실에서 앞서며 B조 1위로 올라섰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경기는 17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열린다.
그리스 골문을 뚫었다 온국민 가슴이 뚫렸다 아르헨 골문도 뚫는다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이정수 첫골·박지성 추가골…그리스에 2:0완승
외신들 "압도적 승리" 극찬…17일 아르헨과 2차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