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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 작은 한옥에 차려진 ‘엄마학교’ 거실에는 크레파스로 정성껏 그린 그림이 액자에 담겨 있다. 대문을 열며 환한 미소로 아이를 맞는 한 엄마의 모습이다. 그림의 모델이자 주인공인 엄마학교 서형숙 대표(51세)는 “자기 엄마를 예쁜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10살짜리 꼬마가 보낸 선물”이라고 말했다. ‘좋은 아이로 기르려면 먼저 좋은 엄마가 되어야한다’며 2006년부터 ‘엄마 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서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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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일까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시름이 사라지는 엄마, 또 힘들때면 품에 꼭 안기고 싶은 엄마가 아닐까요?”
-좋은 엄마로 인정받아 자녀교육 강사로 나서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남매가 초등학교 5·3학년일 때였어요. 둘째는 당시 성적이 별로 안좋았는데, 선생님들께서 ‘애들이 참 밝고 예쁘다’며 어떻게 키웠는지 학부모 특강을 부탁하셨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처음에는 1년에 한두차례였던 강의 요청은 2003년부터 봇물을 이룬다. ‘좋은 성적’보다는 ‘행복한 오늘’에 더 집중했는데도 남매 모두 일류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대표는 “남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이야기한다”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르게 커 준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이 뭔가요?
“별다른 게 있을까요? 아이들를 행복하게 해 주자, 다정한 엄마가 되자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아침을 선물하고 싶어서 꼭 귓속말로 살포시 깨웠어요. 또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두 팔 벌려 맞아줬어요. 마치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반갑게.”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네요.
“아무리 바빠도 아침에 귓속말을 해줄 수는 있잖아요? 꼭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더라도 전화가 있고요.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기껏 전화를 해서는 ‘숙제했니, 학습지 했니?’ 이런 것만 물어요. 엄마가 아니라 사감이나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 같아 참 안타까워요.”
-엄마학교를 시작한 이유도 그런 안타까움 때문인가요?
“제가 아이를 기른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예요. 돈도, 학력도 필요없고, 엄마 스스로의 인생을 포기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육아를, 교육을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제 경험을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2006년 시작한 ‘엄마학교’(4주 과정)는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그동안 1300여 명이 다녀갔다.
-학교에 다녀간 분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참 많이들 우세요.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표현 방법이 참 서툴고 거칠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거죠. 교육 후 서두르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아이를 믿었더니 모두가 행복해졌다는 소식을 참 많이들 전해옵니다.”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The 인터뷰] "좋은 엄마 되는 법 어렵지 않아요"
'엄마학교' 대표 서형숙 씨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엄마
힘들 때면 꼭 안기고 싶은 엄마…
서두르지 말고, 아이를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