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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천은 1980년대 후반만 해도 쓰레기가 넘쳐나던 ‘죽은 하천’이었어요. 하지만 시민과 지자체, 기업이 손을 맞잡고 정화사업을 벌인 결과, 지금은 백로와 왜가리가 찾아드는 팔당호 지류의 대표적 청정하천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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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경안천습지생태공원. 팔당수질개선본부 하천정화팀 관계자의 강의를 듣던 어린이들의 입에선 저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었던 하천의 물이 이렇게 깨끗해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서울 한양초 6년 조준제)
“오염된 하천을 되살리는데 20~30년의 긴 세월이 걸리다니각. 자연을 평소 잘 보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서울 대치초 5년 김서영)
신세계와 소년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2010 어린이회장단 환경지도자 회의’가 30일 2박3일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다. 서울·경기 지역 초등학교 회장단 135명이 함께 한 이번 행사는 경기도 용인의 신세계인재개발원에서 ‘하하호호(下下好好)-지구와 함께 웃게 해 주세요!’를 주제로, 지구온난화 등 지구촌이 직면한 핵심 환경과제들을 강연과 토론, 체험학습 등으로 익히는 자리였다. -
-‘ECO DNA’ ‘환경 감수성’을 자극하다
행사 첫날 어린이들은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친환경적 DNA’를 키웠다. 강사로 나선 환경재단 최열 대표는 “지난 100년 간 지구의 온도는 0.7℃ 상승했다”며 “우리나라도 평균기온이 1.5℃나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대로 두면 지구 평균기온은 최대 6℃까지 상승하게 되고, 생물 90%가 멸종되게 될 것”이라며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날 밤 기후변화와 관련된 영화 ‘북극의 눈물’ 시청으로 ‘환경 감수성’을 기른 어린이들은,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청소년 기후변화포럼에 한국대표로 참여했던 손연수(민족사관고 3년)·최인영(진안중 3년) 학생과의 만남으로 이튿날을 시작했다.
두 학생은 각종 포장재들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설명하고, 친환경제품 사용 등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김동준 군(경기 용인 독정초 6년)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이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었다”며 “앞으로 학교 친구들의 동참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기자 되어 생태현장 샅샅이 누벼
이튿날 프로그램은 ‘체험활동’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어린이들은 각자 준비해온 흰색 티셔츠에 직접 디자인한 ‘환경보호 문구’을 오려붙여 ‘에코 셔츠’를 만들었다. ‘I love 지구’ ‘Green’ ‘Nature’ ‘Save the earth’ 등 구호는 달랐지만, 어린이들이 바라는 지구는 같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숙소에서 1시간여 거리인 경안천습지생태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공원 탐방 및 환경기사 작성’ 시간은 환경에 대해 다양하면서도 깊이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는 기회였다.
조별로 15명씩 ‘공동 취재팀’을 꾸린 어린이들은 기사 작성을 위해 취재·인터뷰·사진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공원 곳곳을 분주히 뛰어다녔다. ‘30년의 기적’ ‘생태공원에 버려진 양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 등 조별로 정한 기사 주제도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송윤수 양(서울 서일초 6년)은 “기사작성을 위해 취재활동을 벌이다보니 너무 재미있고 꼼꼼하게 공원을 둘러보게 됐다”며 “생태공원 하나를 두고도 환경보존을 위한 노력이나 자연생태가 주는 혜택 등 다양한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어린이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경기도와 신세계가 함께 ‘경안천 살리기 운동’을 벌여온 게 지금의 모습을 만드는 데 결정적 힘이 됐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경안천생태공원에 연꽃과 수목을 정기적으로 심고 가꿔왔다. 심지현 양(경기 분당 낙생초 6년)은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번 돈의 일부를 환경을 되살리는데 쓰는 노력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0 어린이 회장단 환경지도자 회의' 열려 "하하호호~ 웃는 지구, 우리가 만들어갈래요"
용인=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135명 2박3일간 환경강연·토론·체험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