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 작가의 맛 이야기] 밥 안 먹는 여자를 찾아라 (상)
신현배 작가
기사입력 2010.05.29 22:33

밥 안 먹는 여자야말로 내 이상형이지~
"아내가 밥을 먹는지 잘 감시하거라"

  • 옛날 어느 마을에 60세가 다 되도록 혼자 사는 구두쇠, 김 부자가 있었습니다. 김 부자가 장가를 들지 않은 것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였습니다. 그가 원하는 여자는 ‘밥 안 먹는 여자’였습니다.

    “밥 안 먹는 여자는 없을까? 밥을 먹지 않으니 쌀도 축내지 않고, 반찬 값도 전혀 들지 않으니 오죽 좋아.”

    어느 날, 김 부자의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 조 서방이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귀여운 딸 곱단이가 스무 살이지? 시집갈 때가 되었으니 차라리 김 부자에게 시집보낼까? 그는 소문난 땅부자이니 곱단이가 시집가면 고생하지 않고 호강하며 살 수 있을 거야.’

  • 삽화=양동석
    ▲ 삽화=양동석
    조 서방은 사람들을 시켜 곱단이가 밥을 안 먹고 산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습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습니다. 김 부자도 이 소문을 들었습니다.

    ‘뭐라고? 내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조 서방의 딸이 밥을 안 먹는다고?’

    김 부자는 가슴이 벅찼습니다. 환갑이 가까워서야 자신이 찾던 여자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김 부자는 곧바로 청혼하고 혼례를 올려 곱단이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김 부자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내 아내가 정말 밥을 안 먹을까? 혹시 내 눈을 피해 몰래 밥을 먹는 게 아닐까?’

    김 부자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 부자는 궁리 끝에 하녀를 시켜 아내를 감시했습니다. 아내와 같은 방을 쓰게 하여, 아내가 밥을 먹는지 안 먹는지 자기한테 보고하게 한 것입니다.

    아내는 하녀를 친동생처럼 잘 대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하녀는 김 부자의 아내를 좋아하게 되어, 밥을 먹는 걸 보고도 거짓으로 보고했습니다.

    “마님이 밥을 전혀 드시지 않는데요.”

    “그래? 혹시 네가 없을 때 밥을 먹을지 모르니, 되도록이면 자리를 뜨지 말고 감시해라.”

    아내는 남편이 하녀를 시켜 자기를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답답하고 미련한 양반이야. 사람이 밥을 안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나? 어떻게 해야 그 양반이 정신을 차릴까?’

    아내는 혼자 고민하다가 하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오늘부터 주인 나리께 거짓 보고하지 마라. 내가 밥을 먹는다고 그대로 말씀드려.”

    “마님, 그럴 수 없습니다. 사실대로 보고했다가는 주인 나리께서 마님을 이 집에서 쫓아내려 하실 겁니다.”

    “걱정할 것 없다.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너는 지금 바로 주인 나리께 달려가 내가 부엌에서 밥을 먹는다고 보고하렴. 그리고는 ‘나리께서는 굴뚝을 통해 아궁이로 내려가 부엌에서 마님이 밥을 드시는 걸 훔쳐보세요’라고 말씀드리란 말이야.”

    “알겠어요, 마님.” 〈하편에 계속〉


    우리 민족의 기본 주식 '밥'의 유래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곡밥, 주먹밥, 시레기나물밥, 약밥.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곡밥, 주먹밥, 시레기나물밥, 약밥.
    밥은 쌀·보리 등의 곡식을 끓여 익힌 음식이다. 우리나라 음식 가운데 우리 민족의 기본 주식이라 할 수 있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에서 한때 유럽의 선원들은 벼를 ‘맹인초(장님풀)’라 부르며 기피했다고 한다. 쌀을 먹으면 장님이 된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족국가 시대부터 벼농사를 시작하여 삼국 시대에는 쇠로 만든 솥이 나오면서 밥을 널리 짓게 되었다.

    밥의 종류도 다양해 쌀과 잡곡으로 짓는 밥에는 보리밥·조밥·강낭콩밥·기장밥·오곡밥·찰밥·수수밥·옥수수밥·팥밥 등이 있고, 채소를 넣어 짓는 밥에는 감자밥·죽순밥·송이밥·김치밥·나물밥·콩나물밥, 해산물을 넣어 짓는 밥에는 굴밥·연어밥·조개밥 등이 있다. 그리고 밥을 지은 뒤 여러 재료를 섞는 밥에는 비빔밥·산나물밥·비빔회덮밥·닭비빔밥, 정월 대보름날 먹는 밥으로는 오곡밥·약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