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항공기에 꿈 담아 날려요"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10.05.20 09:54

강지훈 군 '스페이스 챌린지' 고무동력 저학년부 우승
개구쟁이 1학년이 형ㆍ누나들 제쳐

  • 지난 16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32회 공군참모총장배 ‘스페이스 챌린지 2010’ 고무동력 초등 1부(1~4학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유난히 자그마한 소년이 올랐다. 금상의 주인공은 경남 사천 동성초등학교(교장 박종주) 1학년 강지훈 군. 지훈 군은 1, 2차 비행에서 모두 만점을 받으며 전국에서 출전한 2~4학년 형, 누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16일 열린 스페이스 챌린지 2010에서 강지훈 군이 자신의 차례를 앞두고 비행기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 강지훈 군 가족 제공
    ▲ 16일 열린 스페이스 챌린지 2010에서 강지훈 군이 자신의 차례를 앞두고 비행기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 강지훈 군 가족 제공
    지훈 군은 모형 비행기를 좋아하는 아버지 강재관 씨(35세) 덕에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20여년 전 중학생이던 강 씨는 학교 대표로 공군참모총장배 모형 항공기 대회(현 스페이스 챌린지)에 참가한 뒤로 모형 항공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여러 차례 전국 대회에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다. 이후 자녀를 기르면서도 강 씨의 모형 비행기 사랑은 그치지 않았고 지훈 군은 자연스레 비행기 만드는 법과 날리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훈 군은 10여 대의 비행기를 만들었다. 한 대를 만들 때마다 날개만 뗐다 붙이기를 20~30회. 3~4시간씩 걸리는 작업이지만 묵묵히 해냈다. 담임 현정숙 선생님은 “남자 아이인데도 차분하고 꼼꼼해 섬세한 작업에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열성적이었다. 주위를 수소문해 20여년 전 자신에게 모형 비행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선생님을 찾아 아들이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게 했다.

    지훈 군은 이번 대회 우승 비결을 묻자 “앞에서 바람이 불어 올 때 비행기를 날리는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전 뒤에서 순풍이 불어올 때를 기다렸다가 날린 게 성공한 것 같아요”라며 “아빠가 가르쳐 준 비법”이라고 말했다. 지훈 군은 “아빠의 꿈을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라며 “모형 항공기 국가대표가 되어 세계 대회에 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