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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해주세요.”
“저도요~.”
10일 오후 서울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 내 컬링장. 하늘색 점퍼 차림으로 휠체어에 몸을 맡긴 4명의 ‘승부사’들 주위를 어린이들이 에워쌌다. 기분 좋은 사인 공세에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선수들. 지난 3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유일한 메달(은메달)을 안기며 종합순위 18위를 이끌었던 휠체어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김학성·박길우·조양현·강미숙 선수. 당시 무에서 유를 일궈내며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이들은 이날 어린이들을 위한 ‘일일교사’로 변신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어린이들에게 장애인 체육에 대한 바른 시각을 길러주기 위해 서울 강일초등학교 4~5학년 어린이 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휠체어컬링 체험행사를 위해 모처럼 힘을 모은 것이다.
“아이 추워. 이렇게 추운 데서 어떻게 연습을 해요.” -
복도에서의 간단한 대면식을 마친 뒤 컬링장으로 들어서자 영하에 가까운 낮은 실내 온도에 어린이들은 한껏 몸을 움츠렸다. 실내 컬링장이 낯설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홍일점’ 강미숙 선수는 “우리는 평소 경기도 이천의 장애인훈련원 수영장에서 물을 빼고 얼음을 얼려 훈련해온 탓에 태릉선수촌 컬링장에 서는 게 거의 처음”이라고 했다.
“컬링은 34.75m가량 떨어져 있는 표적판(하우스)에 20kg 무게의 돌(스톤)을 밀어 보내는 경기예요. 어느 팀이 더 과녁 중심에 돌을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지요.”
대표팀 주장 김학성 선수의 설명과 함께 투구 체험이 진행되자 얼어붙었던 어린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들뜨기 시작했다. “돌을 표적 위에 정확히 보내려면 일직선이 아니라 좌나 우로 회전을 시키면서 밀어야 해요.” 조영현 선수의 세심한 지도에 어린이들의 실력도 조금씩 향상돼 갔다.
김유신 군(4년)은 “컬링이 조금 지루한 경기 같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재미난 경기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연희 양(4년)은 “조금만 힘 조절이 안 되거나 방향이 틀어져도 돌이 제멋대로 나아가는데, 불편한 몸으로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대표팀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학성 선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어린이들이 장애인 운동종목을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이 장애인체육이 특별하거나 다르지 않고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밴쿠버 영웅에게 컬링 배웠어요"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휠체어컬링 대표팀 4명, 일일교사로 변신 강일초 어린이들 "장애인 운동 편견 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