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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자락에 사는 네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세계 최고 높이에 학교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히말라야 팡보체 어린이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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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 김&장 대표 변호사)이 지난 5월 5일 히말라야에 휴먼스쿨의 문을 열었다. 출범한 지 만 2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기공한 지 꼭 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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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교육환경은 열악하다. 특히 히말라야 오지의 어린이들은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원정대를 이끌고 네팔을 오가던 세계적인 산악인 엄홍길은 이러한 현실을 보고 언젠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리라 다짐했다. 학교가 세워진 팡보체는 엄홍길 원정대의 길을 안내하다 에베레스트에서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셰르파의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어린이날에 맞춰 개교식이 열리고 수업이 시작됐다. 그림물감과 스케치북이 50여명의 어린이 손에 쥐어졌다. 그들에겐 모두 처음 보는 물건들이었다. 그림은 산과 산길이 대부분이었다. 연필로 산을 그리고 그 위에 흰 물감을 뿌리면 설산이 됐다. 그들이 이곳에서 봐온 건 그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버스를 그린 아이가 있었다.
“이게 뭐예요?”
“버스요.”
“버스는 어디 갈 때 쓰는 거예요?”
“카트만두 갈 때 타고 가는 거예요.”
카트만두에 친척이 살고 있는 덕분에 그 어린이는 버스를 알고 있었다.
앞으로 이곳 어린이들은, 네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학교 시설에서 훌륭한 선생의 지도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엄홍길 휴먼재단은 이 학교에서 네팔의 ‘내일’이 움트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휴먼재단 회원인 서울성모병원 김승남 전 원장은 네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해 구급약을 학교측에 전달했다.
물감·스케치북 받은 아이들, 산·산길만 그렸다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jungwon@chosun.com
네팔 '엄홍길 휴먼스쿨' 개교식을 보고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