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선생님!] "방과후수업 그만두고 싶어요"
남미숙 선생님 (서울 동의초등 교감·교육학 박사)
기사입력 2010.05.03 09:56
  • Q. 3학년 여자 아이예요. 저는 방과후학교 때문에 부모님께 꾸중을 많이 들어요. 부모님이 바이올린을 배우라고 하셔서 시작한 지 두 달이 됐어요. 그런데 저는 바이올린이 너무 싫어요. 처음에는 재미있을 거 같아서 배우겠다고 했는데 손가락도 아프고, 소리도 잘 안 나고, 스트레스만 받아요. 이번까지만 하고 다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비싼 돈을 들여 바이올린을 샀는데 싫어도 1년은 해야 본전을 뽑지”라고 하시는 거예요. 우리 부모님은 나보다 바이올린이 더 아까우신가 봐요.


  • 남미숙 선생님
    ▲ 남미숙 선생님
    A1. 저런, 예쁜 딸보다 바이올린을?

    오라, 예쁜 딸이 하기 싫다는데 바이올린이 아깝다고 계속 밀어붙인다고요? 딸이 하기 싫다는데 단순히 바이올린이 아까워서? 그렇다면 정말 야속한 부모님이네요. 하지만 이 세상에 예쁜 딸보다 더 아까운 바이올린은 없답니다. 그렇다면 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계속 하라고 재촉하시는 걸까요? 바이올린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A2. 2달, 재미를 붙이기에는 너무 짧아요.
    종이접기, 요리 만들기 등 시작하자마자 금방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도 있어요. 별도의 연습 과정이 많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바이올린은 달라요. 어느 정도 지루한 연습 기간이 필요하답니다. 부모님이 일년을 해보라고 권하는 이유, 이제는 이해되지요? 지루한 1년 동안의 연습 기간이 끝나고 멋지게 발표회에서 연주를 마치게 되면 바이올린에 대한 내 생각이 바뀔 수 있으니까요.

    A3. 그런데 정말 아니라면?

    그런데 1년을 참고 결심했는데도 바이올린만 잡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그래서 나의 소질 계발을 위한 방과후학교 활동이 나를 너무 많이 불행하게 한다면, 부모님께 좀 더 다른 활동을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려보세요. 

    Tip. 부모님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아이의 강점 쇼핑 기회로 활용하세요. 초등학교 시기는 특성이 발달되어 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하기 싫다는 방과후학교 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어요. 아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주는 지혜가 아이의 내일을 위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