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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정한 응급의료센터 중 상당수가 소아 응급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곽영호 교수는, 전국 73개 응급의료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에 맞는 크기의 ‘기관 내 튜브’가 없는 곳이 38.3%였고, ‘골강(骨腔) 내 주삿바늘’이 없는 곳은 56.2%나 됐다고 2일 밝혔다.
곽 교수는 “인위적으로 숨을 쉬게 하는 데 필요한 기관 내 튜브나 골강 내 주삿바늘은 소아 응급환자에게 꼭 필요한 장비로, 이 장비가 없으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소아환자 전용 처치 구역을 갖춘 응급실은 2.7%에 불과했으며, 소아 전용 소생실을 둔 응급실도 8.3%에 그쳤다. 조사 대상 응급센터의 52.1%에는 소아 응급실 전담 인력이 아예 없었다.
환자 안전과 관련된 대응 시스템도 턱없이 부족했다. 아동 학대 의심 환자에 대한 신고 및 대응 지침이 없는 곳이 50.1%였으며, 진정제 사용 시 보호자 동의서를 받지 않는 곳도 75.3%나 됐다.
곽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급의료센터 의료진들도 소아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수준이 성인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결과는 3일 오후 의료전문지 ‘청년의사’ 주최로 서울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리는 ‘저출산시대, 소아 청소년 의료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응급의료센터, 소아용 장비 부족 심각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조사대상 52%, 소아 응급실 전담 인력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