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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만난 진지희 양(서울 흑석초등 5년)은 시트콤(‘지붕뚫고 하이킥’) 속 ‘해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밝고 명랑한 모습은 해리와 똑 닮았지만, 그 뿐이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과 예의바른 말투엔 또래 소녀의 순진함이 가득했다. 지희는 “전 해리처럼 버릇없지 않아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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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는 벌써 데뷔 8년차에 접어든 연기자. 다섯살때 ‘아기ㆍ어린이선발대회’에 입상하면서 데뷔해 그동안 1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해리’ 역으로 2009 MBC 방송연예대상 아역상을 수상하며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 현재 SBS 어린이 프로그램 ‘꾸러기 탐구 생활’의 메인 MC로 활약하고 있으며, 골프드라마 ‘버디버디’ 촬영도 한창이다. 7월 국내 개봉 예정인 해양 다큐 ‘오션스’에서는 ‘아빠’ 정보석 씨와 함께 내레이션을 맡아 지난 30일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여기에 각종 CF 촬영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그러나 마냥 즐겁기만 하다. 지희는 “밤샘촬영 때는 좀 피곤하지만, 연기하는 게 즐겁고 신나니까 힘든 줄 몰라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촬영장에 서면 학교 친구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바쁜 일정 때문에 일주일에 두번 밖에 등교를 못 하지만, 학급 부회장에 뽑힐 정도로 지희는 학교 생활에도 적극적이다. “이번엔 회장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촬영이 많으니까 부회장에 나갔죠. 우리 반을 잘 이끌겠다고 약속했는데, 다행히 친구들이 저를 믿어줬어요.”
교실 속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수다를 떨어요. 친구들은 제가 없는 동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주고, 저는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줘요.” 부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묻자 “남자애들 혼내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자애들은 잘 까불잖아요. 그러지 말라고 자주 혼내요. 어떻게 혼내냐고요? 그건 절대 비밀이에요.”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지희는 그러나 곧 남자애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면서 시무룩해졌다.
지희는 사람들이 자신을 시트콤 속 해리와 혼동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버릇없지 않고요, 엄마ㆍ아빠 사랑도 듬뿍 받고 있어요. 해리는 부모님 사랑을 못받아서 그렇게 천방지축이 된거잖아요.” 24시간 늘 함께하는 엄마는 물론이고 지희는 아빠와 하루에도 몇번씩 영상통화를 할 정도로 가깝다고 덧붙였다.
학교와 촬영장을 오가는 바쁜 생활중에도 지희는 틈틈히 대본을 쓰고 있다. 항상 드라마 생각을 하다보니 지난해 어느날 머릿속에 좋은 이야깃거리가 떠올랐단다. 그렇게 시작한 대본이 세 개. 고아원에서 생긴 소동과 마법 학교에서 이뤄지는 사랑 이야기 등이다. 그러나 아직 한 작품도 완성하지 못했다. “중간에 자꾸 이상한 이야기가 생각나거든요.” 하지만 대본작업은 그동안 줄곧 연기자만을 꿈꿔왔던 지희에게 드라마 작가가 되고싶다는 새로운 꿈을 더해줬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어린이날,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없어요. 기대 안하고 있다가 받으면 더 좋잖아요.” 지희는 그동안 모든 어린이날이 다 즐거웠다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는 어른스런 설명을 덧붙였다. 지희에게 이번 어린이날은 좀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시구를 한게 된 것. 공을 던질 수 있느냐고 질문에 지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연습하면 되죠, 뭐. 아빠한테 배울거예요.”
[어린이날 특집 The 인터뷰] 아역스타 진지희 양 "어린이날 선물? 가족과 함게 지내는 게 최고죠"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