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우려면 영어권 문화도 알아두자
홍경희 서울 매동초등 교감, ‘유학가지 않아도 영어 잘하는 방법’ 공동저자
소년조선일보ㆍ(주)노벨과 개미 공동기획
기사입력 2009.10.22 09:53

홍경희 교감의 Enjoy English
문화적 선입견이 외국어 이해 떨어뜨릴 수도
가족보다 개인중심…개인적인 질문은 '실례'

  •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문화교육

    미국에서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고 처음으로 학부모 회의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필자는 홍 씨이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Mrs. Jeong’이라고 불렀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의 성이 정 씨이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은 의심의 여지없이 필자를 ‘Mrs. Jeong’이라 부른 것이다. 우리는 여자가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성을 그대로 간직하지만, 영어문화권에서는 남자의 성을 따르기에 두 문화의 차이에서 느낀 당황스러움이었다.

    언어는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문화적인 배경도 이해해야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초등영어 교육에서는 언어교육과 함께 문화교육이 이뤄진다. 교과서에 나오는 상황에 대해 아이가 질문을 할 때 부모가 설명해 주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 내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의 문화가 가족(조부모·삼촌·고모 포함) 중심인 것에 반해, 영어문화권은 개인(부부·자녀) 중심이다. 따라서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가족, 학교 등을 소개할 때 ‘우리(our)’보다 ‘나(my)’라는 개념이 강하다. 영어권에서 살다 귀국한 아이들은 종종 “내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교실에서 기다려야 해요”라는 어색한 대답을 하곤 한다.

    가족보다 개인 중심이다 보니, 영어문화권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앞에 쓰고 자신이 속한 집안을 나타내는 성을 뒤에 쓴다. 이런 배경은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어문화권에서는 장인이나 시아버지, 장모나 시어머니, 사위나 며느리는 단어 뒤에 in-law와 같은 표현을 써서 법적으로 맺어진 관계를 나타낸다. 즉 장모나 시어머니는 ‘mother-in-law’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가족의 범위가 부부·자녀 중심의 가족 관계임을 나타낸다.

    둘째, 생활 속에 인사·축하·칭찬·감탄·감사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에 반해, 영어문화권에서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또 상대방이 기침을 하면 “God bless you!”라고 남을 배려해 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셋째, 대화 예절에서 개인적인 것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대화의 시작은 날씨·음식과 같은 일상생활의 화제로 시작하고 나이·보수·결혼 등 지극히 사적인 것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이처럼 크든 작든 우리와 다른 문화적인 요소들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들은 사고의 세계가 그리 넓지 않아서 자신과 다르면 단순하게 이상하거나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사회와 문화가 달라도 이해하며 다양한 것을 인정할 수 있게 지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