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선생님] "아이들 이해하며 가르치기 위해 공부"
김소엽 맛있는공부 기자 lumen@chosun.com
기사입력 2010.04.19 03:22

대광고 문경보·문촌초 정미순 교사
문경보 교사 ― 학생들과 소통 위해 심리학 공부
정미순 교사 ― 아이들 위해 직접 교재 만들어

  • 누가 공교육을 '고인 물'이라고 했던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 쉼 없이 공부하며 묵묵히 자기계발에 열심인 교사들도 많다.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교사들을 만나 대한민국 공교육의 희망을 엿봤다.

    ◆사춘기 아이들 품기 위해 심리학 배우는 대광고 문경보 교사

    대광고 문경보 국어교사에게 아이들은 꽃이자 희망이다. 벌써 21년째 교단에 서는 그는 마음을 앓는 아이들 때문에 함께 울고 웃어야 했다. 문 교사는 "많은 아이들을 만났지만 정작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고려대 교육대학원(상담심리교육전공)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04년, 당시 문 교사는 종교의 자유를 외쳤던 강의석군의 담임교사였다. 그 사건 이후 문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읽는 법을 배우고자 결심했다고 한다.

    "의석이와는 1학년 때부터 가장 사이가 좋은 사제 간이었죠. 지금 같았으면 옳고 그름을 떠나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제 생각도 표현했을 텐데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쉽지 않았어요. 사회적 이슈가 되자 제 처신하기에 바빴다고 할까요."

    그날 이후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기보다 조용히 들어주고 귀 기울이는 데 힘을 쏟았다. 초임교사 시절에는 아이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퍼맨처럼 뛰어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문 교사는 "남학생들이 상담실에 와서 펑펑 울다 간다. 그때는 아무말 없이 지켜봐주기만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숨겨뒀던 아픔이나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다행히 이렇게 찾아오는 녀석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조용히 삭이는 아이들이 더 문제"라고 했다.

  • 대광고 문경보 교사./이준기 객원기자
    ▲ 대광고 문경보 교사./이준기 객원기자
    국어과 담당인 문 교사는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수업시간을 활용했다. 행복한 일기 쓰기를 통해 글 쓰기와 심리상담 두 가지를 활용한 것.

    "제가 맡은 아이들이 160명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매 주 한 번씩 일기를 쓰게 해요. 문법 등에 대한 첨삭도 해주고 일일이 아이들을 상담해주는 통로로 활용하고 있죠. 그 결과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밝아지고 국어 평균까지도 9점이나 올랐어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관심이었던 거죠."

    문 교사는 평소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출판할 만큼 창작욕이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과한 열정 탓일까? 그의 건강상태는 그리 좋지 못하다.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그의 건강을 생각해 주변에서 만류가 심했다. 심근경색에 간경화, 위암 등 쓸개를 뺀 모든 장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이 없는 곳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에서 더 힘이 난다고 한다.

    "자신은 공부하지 않으면서 공부하라는 선생님, 아이의 말에는 귀를 막으면서 따르라는 선생님. 과연, 아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요? 시대가 변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아이들을 이해하며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이끌 수 있는 힘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사 스스로 행복하면 아이들도 그대로 보고 배우죠.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행복한 아이들 그 속에서 교사도 아이도 자라는 거겠죠."

    ◆교사들끼리 공부모임 만들어 더 나은 학습법 찾는 문촌초 정미순 교사

  • 문촌초 정미순 교사./이경호 기자 ho@chosun.com
    ▲ 문촌초 정미순 교사./이경호 기자 ho@chosun.com
    문촌초 정미순 교사는 고양시 초등 영어교과연구회 'AESET'이라는 공부모임을 만들어 뜻이 맞는 교사들과 함께 실질적인 초등영어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교사는 "가르치는 것은 먼저 배우는 일이다. 한 가지 교육방법만으로 다변화하는 교육 상황에 맞춰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다. 그래서 교사부터 배우고 변화하자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교과연구회는 정 교사가 대학원 마지막 학기 논문 작성 중인 2003년에 탄생했다.

    "대학원, 평생교육원 등 공부하는 교사들이 정말 많아요. 당시에도 논문 정리를 앞두고 생각해보니 이런 뜻 있는 교사들이 모여서 더 나은 학습법을 찾고 함께 공부한다면 좋은 일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교육의 기회를 다양하게 얻지 못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영어를 쉽고 재밌게 접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것에서 시작됐다. 정 교사는 "과학 수업을 영어로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당황하기도 했고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일일이 교재를 만들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자 결국 반 아이들 모두 영어를 쉽고 재밌게 접하게 됐다"고 했다.

    하루 30분씩 하던 영어 수업 시간이 하루 1시간으로 늘었고 아이들은 학원 대신 선생님의 수업에 귀를 기울였다. 자연스레 학원으로 향하던 아이들도 돈이 없어 학원에 가지 못한 아이들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초등학교는 특히 성적으로 드러나는 교육이 아니에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근차근 기초부터 탄탄하게 가르치는 게 중요하죠. 저는 미술교육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교사마다 전문분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영어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지만 교사들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공교육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년에는 고양시청의 도움으로 직접 영어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영어로 소개한 책자였다. 아이들은 집주변의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집중력은 물론, 애향심까지 생겨 1석 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정 교사는 "교사는 물론 교육도 흐르는 강물처럼 늘 새로워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을 누리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쉬지 않고 공부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