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5개 도서관과 함께 소외지역 어린이에게 꿈을…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kmg8585@chosun.com
기사입력 2010.04.12 06:33

현장 체험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

  • "도서관에 가면 무엇을 할 수 있죠?" "책을 읽고 똑똑해질 수 있어요."

    지난 6일 오후 3시 30분, 경기도 시흥시의 일신 매화지역 아동센터가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독서 프로그램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상민이가 "선생님, 책 선물 언제 주세요?"라고 묻자, 열일곱 명의 시선이 선물 꾸러미로 향했다. 한바탕 큰 웃음이 터지고 호명된 아이들은 차례로 앞에 나가 기다리던 선물 꾸러미를 받아 들었다. 1학년 은미는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책을, 4학년 승현이는 재미있는 표지가 눈에 띄는 책, 치킨 마스크를 골라 내용을 살폈다.

    이날 열린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행사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전국 75개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도서관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외 지역 어린이(미취학·초등학생)를 대상으로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서 진흥 프로젝트다. 올해로 4년째 운영되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사서가 지역 아동센터, 보육원, 다문화 센터로 찾아가 책을 읽어주고 동화구연, 독서 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독후 활동을 진행한다. 여름방학 때는 2박 3일 독서 캠프도 열 예정이다.

    "독서 프로그램으로 책과 친해져요"

  • 양수열 객원기자 mouth11@hanmail.net
    ▲ 양수열 객원기자 mouth11@hanmail.net
    아이들에게 나눠준 책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진행되는 독서 프로그램에 활용된다. 이숙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관장은 "누구나 '내 것'에는 애착을 보인다. 아이들 이름이 붙여진 책을 선물한 것은 자기 책에 애착을 갖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고 귀띔했다.

    "도서관에 가본 경험이 있느냐"는 이숙현 관장의 물음에 열일곱 명 중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손을 들었다. 정수잔 아동센터장은 "여기 아이들은 도심 속 시골이라 불릴 만큼 외진 곳에 살고 있어 도서관에 가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많다.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아 다양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오후 4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전문 강사들이 교실로 들어섰다. 이날 독서 프로그램은 책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독도를 주제로 팝업북 만들기'였다. 책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류숙녀 시흥시립도서관 독서논술 전문강사가 "책은 앞·뒤표지, 책 등, 책 배로 구성돼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왜 독도가 중요할까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독도 주변 해역은 어족이 풍부합니다. 또 독도는 바다의 지각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산섬이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아이들은 독도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받아들고 가위로 오리기 시작했다. 여러 장의 색지를 겹쳐 만든 책 속에 독도에 사는 동·식물 사진을 오려붙이고 독도의 역사를 손 글씨로 적었다. 또, 왜 독도가 우리 영토인지를 증명하는 역사적 근거도 책 속에 곁들였다. 아이들이 만드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3명의 강사가 곁에서 도왔다. 50여 분의 활동이 끝나갈 때쯤, 아이들은 옆에서 말을 걸어도 모를 정도로 책 만들기에 푹 빠져 있었다. 그때 4학년 현종이가 자신이 만든 팝업북을 들고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흥얼거렸다. 5학년 혜진이는 "책도 선물 받고 직접 팝업북도 만드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서 지도,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교육

    "2007년에는 전국 16개 공공도서관을 지정해 운영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진행한 독서 프로그램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죠. 성공 사례를 접하고 나서 참여를 원하는 도서관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서 능력, 사회성이 부족한 소외 계층 어린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를 즐거워하기 시작했고 성격도 밝아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무엇보다 책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죠." 이숙현 관장의 이야기다.

    항상 곁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정수잔 아동센터장도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연극, 독서 토론, 북아트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 어떤 학습보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이숙현 관장은 "독서 지도는 단순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다. 앞으로 '도서관과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를 확대해 모든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