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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0개월 아들을 둔 주부 윤지영(28·서울 용산구 이촌동)씨는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부터 한글교육을 시작했다. 한글은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기초 교육이라는 믿음에서다. 아이에게 교육적 자극을 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 그는 책 읽기, 교구교재 등을 활용한 단어 익히기 등 한글을 차근히 접하게 했다.
#직장맘 경수현(34·서울 구로구 고척동)씨는 한글교육에 관심은 있으나 여유를 두는 편이다. 의도적으로 가르쳤을 경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의사소통하기에도 버거운 어린아이에게 문자교육까지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향후 아이가 좀 더 적극적으로 글자를 궁금해할 때 교육을 할 계획이다. 그는 "어차피 유치원에 가면 충분히 한글 교육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고 말했다.
한글 떼기의 시기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시켜서 남보다 일찍 학습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이가 문자에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하는 것도 늦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어떤 의견이 효과적일까. -
◆한글 떼기, 일찍 시작할 것이냐 천천히 할 것이냐
조기 한글교육을 찬성하는 부모들은 일찍 언어자극을 주는 것이 인지발달,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 아이가 18개월된 때부터 직접 한글교육을 시작했다는 주부 김영순(30·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두뇌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자극을 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 자녀를 둔 그는 직접 엄마표 한글학습지까지 만들어 아이에게 체계적으로 한글교육을 했다. 만 5세인 첫째, 만 40개월인 둘째 모두 또래의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그는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자 다른 영역으로 점차 관심이 옮겨져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관심영역이 빠르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윤지영씨 역시 단어를 많이 알면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이 발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한글교육을 일찍 시작했다. 그는 "뭐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영어. 영어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전에 한글을 미리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윤씨는 "요즘은 영어공부를 일찍 시작하기 때문에 한글은 그 이전에 해야 아이가 부담을 덜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한글을 천천히 접하게 해주려는 부모는 일찍부터 아이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대부분이다. 경수현씨는 "주변에서 한글교육을 일찍 시작한 경우를 보면 흔들리기도 하지만 엄마의 욕심 때문에 아이를 힘들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만 40개월인 딸을 둔 직장맘 김태희(31·서울 마포구 상암동)씨는 지난달부터 비로소 한글교육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는 책을 읽어주는 등의 교육은 했으나 '한글'을 포함한 언어교육보다는 신체활동, 놀이 활동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문자를 알면 책을 읽을 때 그림이나 이미지보다는 문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상상력이 발달하는 것을 막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놀이와 접목시켜 부담 없는 한글교육을 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글교육의 첫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조기 한글교육과 그렇지 않은 경우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30개월 전후가 되면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솔교육 신기한 한글나라 신명이 선임연구원은 "주변 반응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녀의 역량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책 보는 것을 좋아하고 문자에 관심이 있는데 엄마가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한글교육을 시키지 않을 경우 능력이 퇴화하죠. 반면 아이는 문자에 관심도 없고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는데 무조건 낱말을 가르치고 한글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우선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갖도록 환경을 미리 만들어주는 노력이 선행돼야 해요."
중요한 것은 한글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놀이와 접목시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구를 활용한 입체학습도 좋다. 글자를 도장으로 찍어보고, 퍼즐을 맞춰보거나 스티커를 붙이며 노는 활동 속에서 아이들은 언어적 자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글과 친해지게 된다.
한글을 읽는지 못 읽는지 여부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 결과에 집착할 경우 자칫 부모가 조급함을 이기지 못해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글 떼기는 다른 공부와 달리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신명이 연구원은 "한글을 뗀 이후에도 계속 한글 자극을 줘 아이가 좀 더 보고, 듣고, 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자극 일찍 줘야" vs. "상상력 발달 저해"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한글 떼기, 일찍?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