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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을 쪼개고 쪼개 제자들에게 글짓기 공부를 시키는 선생님들이 있다. 거창한 목적이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글 쓰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은 소박한 바람뿐이었다.
경북 포항 두호남부초등 김정호 선생님은 1974년부터 글짓기 지도를 시작했다. 교사가 된 이듬해였다. 하루 세 끼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어서 선생님은 어린이 신문에 아이들 작품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소년조선일보 문예상에 입상작을 낸 것을 시작으로, 36년 동안 제자들은 크고 작은 대회에서 숱하게 입상했다. -
포항 지역에서 김정호 선생님은 ‘글짓기 교육의 달인’으로 통한다. 선생님 반 아이들은 반드시 전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발표된 소년조선일보 문예상 3월치 입상자 명단에도 선생님 반 어린이 2명이 동시부문 특선과 가작을 차지했다. 선생님의 지도를 채 한 달도 받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비결은 무엇일까? 선생님은 “아이들은 누구나 순수하다”면서 “숨어 있는 깨끗한 마음을 표현하게끔 조금만 건드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요즘도 매일 1시간씩 아이들의 일기를 꼼꼼히 봐주고 있다. 좋은 표현이 있으면 칭찬하고, 시로 옮기게 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도 노하우 중 하나. 조금만 독특한 대답을 해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며 맞장구를 쳐준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지도를 받은 아이들 작품엔 순수한 동심과 창의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전북 이리모현초등 권의성 선생님도 교단에 처음 선 1973년부터 글짓기 교육과 인연을 맺었다. 산골 학교 어린이들에게 직접 책을 사다가 읽히고 독후감을 쓰게 했다. 그때부터 권 선생님의 제자들은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선생님도 문화관광부장관상, 전북교육감상 등 많은 표창을 받았다. 선생님은 새학기가 되면 반 아이들에게 글쓰기 공책을 따로 만들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얻을 것, 독후감을 쓸 때는 줄거리와 느낌의 비율을 2:8로 할 것 등을 늘 강조한다.
경기 안성 산평초등 김용환 선생님이 글짓기 교육을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 그러나 지난해 이 학교 어린이들은 155개 글짓기 대회에 참가해 488개의 입상작을 냈다. 학생 1인당 평균 6개의 상을 받은 셈이다. 선생님은 3~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주에 무려 8시간씩 글짓기 수업을 한다. 선생님은 글솜씨를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직접 경험한 것을 쓰고, 많이 써보는 것”을 꼽았다.
'글짓기 고수' 만들기는 선생님 하기 나름!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글짓기 교육 달인' 선생님들의 문예지도법
칭찬하고 마음을 글로 표현하게 해
독후감의 줄거리와 느낌은 2:8비율
글쓰기 공책으로 글솜씨 다듬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