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새내기 선생님] 처음부터 '척척'은 욕심, 차근차근 내공 쌓아야지
김미연 선생님(서울 연지초등)
기사입력 2010.04.06 09:46
  • 신규 발령을 받고 교단에 선 지 벌써 한 달여, 복도를 다닐 때면, ‘누구지?’하며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던 아이들도 이젠 ‘미술 선생님’, ‘RCY 선생님’, ‘사진 찍는 선생님’ 등으로 나를 부르며 제법 아는 척해 온다.

    첫 교직생활은 한 학년의 담임이 아닌 미술과 도덕 교과전담으로 시작했다. 조금씩 아이들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만, 처음에는 일주일에 200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가르치려니 담임이 아닌 교과전담교사의 수업에 잘 참여해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미술은 학생들 간 개인차와 흥미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아이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업하려니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게 적응해가고 어떨 땐 수업시간에 내가 가르치기보단 아이들에게서 다양한 관점을 배워가는 소중한 경험이 생기기도 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주어진 시간 내에 작품을 다 완성시키지 못하고 매번 늦어지는 학생들이 몇몇 있다. 똑같은 시간과 준비물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데 왜 누구는 다하고 누구는 못하는 걸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작품을 완성한 아이와 다 완성하지 못한 아이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다. 내 질문의 의도는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아이들은 ‘서로가 가진 능력이 달라서요’라고 대답을 해왔다. 아! 그것이 잘된 작품이든 아니든 아이들은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 결과가 조금씩 달랐을 뿐···.

    하루빨리 수업도 잘하고 학생들에게 친절하며 생활지도도 척척 잘 해내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하지만 선배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들의 교실을 살짝 둘러만 봐도 ‘아직 내가 준비하고 공부할 게 너무 많구나.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갖게 된다. 그렇게 조급증을 버리는 법, 부족함을 채우는 법을 배워간다.

    ‘물에 쓰지 말고 바위에 새겨라’라는 말이 있다. 물에 글을 쓰면 금방 사라져 버리지만, 바위에 새긴 글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항상 가슴에 새겨 두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도 이런 사람들이다. 이는 학교에 대해, 학생들에 대해 아직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더 많은 새내기 선생님이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