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식품 '중독' 무섭다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기사입력 2010.03.30 09:48

마약처럼 뇌 자극해 자꾸 먹게 돼

  • 정크푸드가 마약처럼 강한 중독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폴 케니 박사는 “베이컨·소시지·치즈케이크 등 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인스턴트 식품’은 마약처럼 뇌의 핵심 보상중추를 지나치게 자극, 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먹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정상적인 먹이로 길러진 쥐들은 정크푸드를 주기 시작하자 입맛이 바뀌면서 하루 종일 주는 대로 먹어댔으며 몸무게도 점점 불어났다. 이들은 다리에 전기충격을 가해도 아랑곳없이 먹어댔다. 균형 잡힌 먹이만 섭취하던 다른 쥐들이 전기충격에 먹이를 포기하는 것과는 정반대 반응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제의 쥐들에게 정크푸드 대신 정상적인 먹이를 주자 단식투쟁이라도 하듯 2주 동안이나 먹기를 거부했다.

    연구팀은 정크푸드를 먹인 쥐들의 뇌를 살펴본 결과, 마약 중독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쾌감유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2 수용체(D2R)’가 줄어든 것을 밝혀냈다. 마약 복용자는 처음엔 D2R의 과도한 자극으로 쾌감을 가져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과다분비되지만, 시간이 가면서 우리 몸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D2R의 활동을 줄이게 된다. 이처럼 뇌의 ‘보상반응’이 줄어들면 마약 복용자는 더 자주, 더 많은 마약을 투여해 결국 중독 상태에 빠져든다. 비만도 마약중독과 마찬가지여서 비만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D2R이 줄어들면서 점점 더 많이 먹게 된다는 것이 케니 박사의 설명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3월 28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