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선생님!] 선생님 부탁을 거절더니 괴로워요!
남미숙 선생님 (서울 동의초등 교감·교육학 박사)
기사입력 2010.03.29 09:48
  • Q. 6학년 여학생이에요.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생일 파티가 있었어요. 그런데 하교 무렵 선생님께서 갑자기 부르시더니 남아서 환경정리를 도와달라고 하시는 거예요. 약속이 있다고 거절했지만 내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부탁이 못마땅하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하네요.



  • 남미숙 선생님
    ▲ 남미숙 선생님
    A1. 자기기만의 상자

    ‘자기기만의 상자’라는 것이 있어요. 사람마다 자기 생각이 있는데, 이 생각을 배반하면 자기기만의 상자 속으로 들어가게 된대요. 이 상자 속에서는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요. 자기의 생각을 배반한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믿기 위한 은밀한 공작이지요. 

    A2. 자기기만 상자의 예

    낮에 소나기를 맞으면서 동생이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동생 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 거예요. 부모님은 모임에 가셨다가 늦게 들어오신대요. 아프다고 보채는 동생을 간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너무 졸려서 그렇게 못해요. 이때 우리는 자기기만의 상자에 빠지기 쉽답니다. 만일 내가 누군가를 못마땅해하고 비난하고 있다면, 혹시 내가 자기기만의 상자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예>

    ①자기 생각: 열이 나는 동생에게 얼음찜질을 해 주어야 하는데.

    ②배반: 너무 졸려서 자버렸어.

    →자기기만의 상자에 들어가기

    ③그럴 듯한 이유 붙이기:‘누가 자기보고 비 맞으면서 놀라고 했어? 비 맞고 놀면 이렇게 아프다는 걸 알아야 해.’


    A3. 당연한 부탁으로 만들기

    선생님께서 도와달라는 것이 무리한 부탁일까요?

    선생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순이는 참 일을 꼼꼼하게 잘해. 일이 좀 밀렸는데 순이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잘 도와줄 거야’라고 믿고 부탁하셨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나는 선생님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내 생각을 배반하고 자기기만의 상자 속에 들어갔어요. ‘내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도와달라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도 스케줄이란 게 있다는 걸 아셔야 해’라고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가지요.

    마음이 불편하다고요? 그렇다면 자기기만의 상자 속에 완전히 갇혀버린 것은 아니에요. 이제 상자 밖으로 툭 튀어나와 선생님의 ‘무리한’ 부탁을 ‘고마운’ 부탁으로 만드는 일만 남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