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경로우대'… 사람 안 부럽네~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
기사입력 2010.03.23 09:51

서울동물원, 특식·건강관리 등 장수동물 특별 관리

  • 나이가 들면 거동이 불편해지고 치아가 상해 보살핌이 필요해지는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서울동물원이 나이 많은 ‘노령 동물들’을 위해 ‘경로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수컷 로랜드고릴라 ‘고리롱’(42세)과 기린 암수 한 쌍(17세), 침팬지(45세), 오랑우탄(42세), 아시아코끼리(45세), 갈라파고스 코끼리거북(100여세) 등 6종 7마리. 서울대공원은 이들의 건강 이상 유무를 수시로 체크하고, 식사나 시설물도 각별히 보살피고 있다.

  • 서울동물원 제공
    ▲ 서울동물원 제공
    우선 고리롱의 경우엔 사육사들이 먹을거리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치아가 많이 상해 젊은 고릴라들처럼 익히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 등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현탁 사육사는 “닭죽과 고구마를 삶아주고, 소화를 돕기 위해 떠먹는 요구르트도 만들어 먹인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예방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신유인원관 전시창에는 특수 필름 처리를 해 동물들에겐 관람객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동물원 관계자는 “오랑우탄·고릴라 등은 수줍음이 많아 스트레스를 곧잘 받는다”면서 “필름 처리를 해 관람객들의 관람기회는 제한하지 않으면서 동물들에겐 휴식을 보장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몸무게 변화도 동물원이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암컷아시아코끼리 ‘사쿠라’와 기린 커플 ‘제우스’ ‘헤라’ 같은 대형 초식동물들은 체중계에 올려놓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방사장 바닥에 체중계를 묻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동물원은 노령 동물들을 위해 정기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기본적인 식단 외에 계절과일이나 채소 등을 먹이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원 측은 “노령 동물들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은데다 대부분 멸종위기종이어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