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인천 부평동초등학교 정원화 교장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기사입력 2010.03.17 09:56

"부평의 교육, 우리 학교에서 시작됐죠"
지역 유지에 졸업생 많아 장학재단 만들어 1억 모금
'부평교육 1번가' 자부심 느껴

  • 원두막 주변에 온갖 나무와 꽃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이제 곧 꽃과 나무와 아이들이 뒤엉켜 왁자한 봄 잔치를 벌일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그 잔치의 지휘자가 되고….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원두막 주변에 온갖 나무와 꽃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이제 곧 꽃과 나무와 아이들이 뒤엉켜 왁자한 봄 잔치를 벌일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그 잔치의 지휘자가 되고….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원두막이 봄비에 흠뻑 젖었다.

    ‘새녘 두레원’이라 이름 붙여진 작은 숲길이 고즈넉하다. 이 길엔 100년, 150년 된 나무도 산다. 70년에 이른 인천 부평동초등학교의 짧지 않은 역사를 상징한다. 지난 15일 인상 좋은 정원화 교장선생님과 원두막 벤치에 마주앉았다. 아이들이 비 두드리는 창문 밖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학교 역사가 꽤 오래됐습니다. 학교 자랑 좀 해 주시죠.

    “70회 졸업생까지 배출했어요. 부평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죠. 국회의원, 구청장 등 지역 유지들이 대부분 우리 학교 출신입니다. 동문 모임을 하면 300명 가까이 참석해요. 이분들이 동문 장학재단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모금 중입니다. 3억원이 목표인데 지금까지 1억원을 모았습니다. 학교 주변의 가게, 기업 등 20여곳의 주인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동사무소를 가도, 우체국을 가도 동문들이 쫙 깔려 있으니까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부평교육 1번가'를 강조하시더군요….

    “우리 학교가 이곳에서는 모태 학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근의 대부분 학교가 우리한테서 분가해 나갔으니까요. 아이들에게도 1번가라는 자부심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보십니까.

    “집안에 틀어박혀서 게임하고 TV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우정을 쌓고 좋은 정보를 교환하는 일엔 소홀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32년 전 첫 부임지였던 여주능서초등학교가 새록새록 하네요. 한마디로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순수한 곳이었죠. 저는 요즘도 아이들은 그런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진정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교환학습을 통해 도시 아이들이 시골학교에서 1년에 며칠씩이라도 머물렀으면 해요. 나 자신도 기회가 된다면 그런 곳에서 다시 근무하고 싶어요.”

    —요즘 어떤 책을 읽으시는지….

    “고전을 많이 읽어요. 고전에는 재미난 용어들이 숱하게 나옵니다. 그걸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요즘 외국 책들은 많이 강조하면서 고전은 무시하고 있어요. 남의 역사, 문화보다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죠.”

    —존경하는 인물은?

    “세종대왕은 위대한 교육학자입니다. 한글 창제는 우리 민족의 교육에 획기적인 전기가 됐어요. 신분과 관계없이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최근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지셨습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무욕의 철학에 감화를 받았습니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자기 표현력을 길러라. 현대사회는 의사소통이 참으로 중요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