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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영어유치원의 연간 수강료가 2000만원이 넘는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강남구 도곡동 모 영어유치원에서 A씨(40·역삼동)와 B씨(42·여의도동) 등 학부모 2명을 만났다.
주부들은 “강남의 영어유치원 수강료가 비싸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남편 연봉이 얼마쯤 되느냐”고 물으니 전씨는 “1억 플러스 알파”라고 답했다. 박씨는 “7000(만원)쯤 된다”고 했다.
주부들은 영어유치원에는 엄청난 수강료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강료는 강남 교육의 단면일 뿐이고 핵심은 그 뒤에 있는 강남 엄마들의 네트워크라는 얘기였다.
비싼 수강료를 내면서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은 영어도 중요하지만, 강남 엄마들의 네트워크에 끼기 위한 목적도 크다. 장차 자녀가 다닐 중고교, 대학까지 고려하면 강남 엄마들과의 네트워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엄마들 네트워크요? 이쪽이 넓고도 좁아요.”
강남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과 엄청난 수강료를 조장하는 ‘강남 엄마들의 네트워크’에 대해 두 엄마는 "우리는 강남엄마 네트워크에 속해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주부들은 강남 엄마들 네트워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얘기했다.
박씨는 “영어유치원의 경우 ‘대규모의 파워풀한 네트워크냐’와 ‘소수정예 네트워크냐’로 종류가 나뉜다”고 말했다. 박씨는 압구정, 서초, 대치, 개포 등 강남지역 일대의 여러 분원을 가지고 대규모로 운영되는 P 영어유치원을 예로 들었다.
“P 영어유치원은 한 반이 20명 내외로 다른 영어유치원에 비해 인원이 많아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선생님이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든다는 의미지만 의외로 더 인기가 있어요.”
왜냐하면 엄마들의 조직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엄마들 사이의 정보가 더 풍부하다는 뜻도 되고, 같은 영어유치원을 다니기 때문에 서로의 지지(支持) 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엄마들은 영어유치원의 커리큘럼(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어서 보내기보다 엄마들 네트워크가 강해서 보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에서 형성된 인맥이 결국 초등학교 진학 이후 아이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반장을 못하면 6년 내내 못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잖아요. 지지세력이 있어야 여론 몰이를 하고 반장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강남에서는 특정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끼리 친구 그룹을 형성하고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부들은 전했다. 그래서 엄마들이 자녀의 초등학교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엄마들이 소속된 네트워크의 라인이 얼마나 빵빵한 지 여부”라고 했다.
[강남 학부모 네트워크의 진실] (1) 유치원도 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