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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도 외고와 국제고 입시부터 도입되는 '자기 주도 학습전형'에서 응시자가 사(私)교육 경험을 의무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비판이 일자 이를 철회했다.
당초 교과부는 외고 입시 때 제출하는 학습계획서와 학교장추천서에 '어디서 공부했는지,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경험이 있는지'를 묻고, 이에 답하도록 하는 항목을 집어넣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알려지자 학교 현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강북에서도 학원 안 다니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데, 결국 아이들보고 거짓말로 서류 만들라는 얘기 아니냐"고 비판했고, 진보신당은 정책 논평에서 "사교육 경험 유무를 기재하라고 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교과부는 21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놓고 "외고 입시에서 학교장추천서와 학습계획서에 사교육 여부를 의무적으로 기재하게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사교육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토플이나 토익 성적같이 사교육 영향이 큰 영어인증시험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계에선 정부가 외고 입시 개선안의 방향을 못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편 교과부는 ▲토익·토플 성적 반영 금지 ▲사교육으로 취득하는 '스펙'(조건) 배제 등의 내용을 포함한 '특목고 자기 주도 학습전형 매뉴얼'을 마련해 내년 1월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교과부가 '토익·토플 성적 배제' 등의 방침을 미리 밝힌 것은 일부 학원들의 '외고 입학사정관제 마케팅'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지역의 일부 입시학원들은 지난 10일 교과부가 '외고 개선안'을 발표한 직후부터, "외고 입학사정관제에서 텝스·토플 점수가 없으면 떨어진다"며 '영어인증시험 마케팅'에 돌입했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때까지 외고 입학전형에서 사교육 유발요인이 발생해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제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특목고 운영에 관한 기준을 명문화해 이를 지키지 않으면 5년 단위의 특목고 재지정 절차에서 탈락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외고입시 사교육여부 기재' 철회
오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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