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빚은 작품
조찬호 기자 chjoh@chosun.com
기사입력 2009.12.18 09:50

시각장애 어린이 작품전 '맹학교에도 미술 수업이 있나요?"
"미술은 오감으로 만드는 것"
장애학생 공모전 수상작 등 어린 미술가들의 '사연' 담겨

  • 앞을 보지 못하는 김지선 양(한빛맹학교 중등 1년·소년조선일보 2008년 12월 6일자 참조)은 바이올린 영재다. 하루 10시간을 함께하는 바이올린과 음악은 지선이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다.

    지난 11월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을 연습하던 지선이는 미술 선생님에게 “생상스를 어떻게 그려요?”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곡을 들으며 자신만의 마음속 악보를 열여섯 장의 흰 도화지 위에 그려냈다. 조합토로는 자신의 보물 1호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지선 양의 작품 ‘나의 바이올린과 생상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 드로잉’ 은 이달 초 열린 전국시각장애학생 대상 미술 공모전 프리즘 프라이즈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프리즘 프라이즈 수상작 및 시각 장애 어린이·청소년의 미술 작품으로 꾸며진 ‘맹학교에도 미술 수업이 있나요?’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화동 우리들의 눈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 1 신한화구상 수상작‘내 친구 옐로우’(김명회·서울맹 중등 3년) 2 대상 수상작 ‘나의 바이올린과 생상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 드로잉’ (김지선·한빛맹 중등 1년) 3 테레사상 수상작 ‘만능 김광자 엄마’(이유진·한빛맹 초등 6년) 4 최우수상 수상작 ‘귀여운 나의 얼굴과 트럼펫’ (신나라·한빛맹 초등 6년)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1 신한화구상 수상작‘내 친구 옐로우’(김명회·서울맹 중등 3년) 2 대상 수상작 ‘나의 바이올린과 생상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 드로잉’ (김지선·한빛맹 중등 1년) 3 테레사상 수상작 ‘만능 김광자 엄마’(이유진·한빛맹 초등 6년) 4 최우수상 수상작 ‘귀여운 나의 얼굴과 트럼펫’ (신나라·한빛맹 초등 6년)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자그마한 공간에 20여 점의 작품으로 꾸며진 단출한 전시지만, 작품 하나하나에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 미술가’ 들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모님이 안계셔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교 브라스 앙상블 트럼펫 주자로 활동하는 신나라 양(한빛맹학교 6년)은 “외로운 기숙사 생활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애인이냐고 놀림당할 정도로 소중한” 트럼펫과 자신의 모습을 빚었다. “멋진 볼거리가 많은 유럽보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아 마음의 눈으로도 서로 통할 것 같은 아프리카에 더 가고 싶다” 는 김수빈 양(인천 혜광학교 중등 2년)은 비행기를 빚어냈다.

    갤러리 이혜영 큐레이터는 “미술은 오감이 빚어내는 것으로 눈은 그 일부일 뿐” 이라며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도 만지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으며 미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10년 1월 26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a-ba.or.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