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운영하듯 수업 머리에 경제공부 '쏙쏙'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기사입력 2009.12.17 09:53

서울 상천초 권희은 선생님, 어린이가 주주인 'WELL'사 설립

  • “회사 경영을 통해 지혜로운 절약과 합리적 소비를 배웠어요.”

    서울 상천초등학교(교장 오성환) 5학년 1반(담임 권희은)은 ‘주식회사’ 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회사명은 ‘WELL’. 이 학급 26명 어린이 모두가 주주이자 직원이다.

    회사명에서 보듯, ‘놀라운 경제 학습 능력’(Wonderful Economy Learning Literacy)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다. 금전이나 물품거래에 의한 수익이 아닌, ‘직원’ 들이 경제지식을 하나씩 익혀가는 게 이윤이다.

    “진로교육에서 적성만큼 중요한 게 경제적 성공이란 생각을 했어요. 교과 공부만으론 부족한 게 많죠. 실효성 있는 경제공부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 상천초등 5학년 1반 학생들이 권희은 선생님(왼쪽)과 함께 모의 쌀 경매를 통해 가격 형성 과정을 체험해보고 있다. / 상천초등 제공
    ▲ 상천초등 5학년 1반 학생들이 권희은 선생님(왼쪽)과 함께 모의 쌀 경매를 통해 가격 형성 과정을 체험해보고 있다. / 상천초등 제공
    회사 설립 아이디어는 권희은 선생님이 냈다. ‘생산활동’에는 사회·실과 교과 중 18시간과, 특별·재량활동 시간 등을 합쳐 모두 42시간이 배정됐다. 각종 경제 자료 등을 통한 이론공부가 ‘사업’의 시작이었다. 아침 자습시간을 이용해 경제도서 독후활동, 경제일기 쓰기 등이 진행됐고, 집안일로 용돈 벌기 등의 ‘홈 아르바이트’ 도 병행됐다. ‘칭찬스티커’에 투자 개념을 도입해 주식거래의 원리를 알리는 ‘실험’ 도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경제골든벨, 금융백일장, 경제캠프 등 ‘생산효율성’ 을 높이기 위한 사업전략도 다채롭게 진행됐다.

    한 해 결산 성과는 눈부셨다. 사업 초기 ‘금융IQ’ 조사에서 금융 지식과 활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았던 학생 수가 14명에서 올해 말 5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금융이해력 측정에서는 65%(17명)가 70점 이상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서다현 양은 “어렵기만 하던 경제뉴스가 이젠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며 “저축을 늘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등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WELL사의 성공사례는 17일 서울시교육청이 개최하는 ‘2009 초등 연구대회 우수입상작 발표’ 행사에서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