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손가락' 천사들 희망을 연주하다
김시원 기자 blindletter@chosun.com
기사입력 2009.12.12 23:21

서울대병원, 손가락 기형 어린이들의 음악회
8명 피아노 연주… 친구·가족들 감동의 박수

  • “내 차롄 언제지? 빨리 내 솜씨를 보여주고 싶은데….”

    11일 오후 서울대학병원 본관 지하 강당에서 ‘특별한’ 음악회가 열렸다. 선천적으로 손가락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어린이 8명이 피아노 연주자로 나선 것이다. 작은 무대를 바라보며 순서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표정에는 장애로 인한 어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어린이들은 적어도 손가락이 3개 이상 부족한 어린이들로, 모두 이 병원 성형외과 권성택 교수의 환자들이다.

  • 11일 선천성 손가락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피아노 솜씨를 뽐내고 있다. 장애를 뛰어넘은 아름다운 선율에 관람객들이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가운데).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11일 선천성 손가락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피아노 솜씨를 뽐내고 있다. 장애를 뛰어넘은 아름다운 선율에 관람객들이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가운데).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권 교수는 “손가락에 장애가 있어 물리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피아노 연습이 효과적이라 아이들에게 피아노 배우길 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신적 치료’ 효과가 크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 그는 “피아노를 통해 떳떳하게 손가락을 세상에 내보이며, 손가락 개수가 부족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느려 두 배, 세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피아노를 배운 지 5년 된 임현진 양(서울 청덕초 5년)은 “손가락을 쫙 펴서 연주하는 부분에서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다” 며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손가락을 쓰며 연습해 이젠 다른 친구들 못지않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늘손 콘서트’ 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연주회에서 어린이들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양한 피아노곡을 선보였다.

    임자은 양(서울 교동초 1년)의 어머니는 “무대에 오른 아이를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며 “비록 오늘 아이들의 연주가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어떤 유명 음악가의 연주보다 아름다운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