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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투피스에 핑크빛 구두, 첫눈에 그는 멋쟁이다. 내년 8월이면 교직생활 38년을 마감하는 나이답지 않게 강성희 교장선생님의 웃음은 풋풋하다.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다시 태어난 멋진 학교 건물 앞에 그가 섰다. 한 폭의 그림이다. 서울 미아초등학교를 찾은 지난 11월 25일, 계절을 가름하는 보슬비가 교정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옷차림이 참 화사하십니다.
“아이들한테 밝게 보이고 싶어요. 나이 들어서 자기관리 안 하면 아이들과 멀어져요.”
—학교 시설이 좋아져서 기쁘시죠.
“서울에 이만한 학교 없을 걸요. 최첨단 체육관을 비롯해 대형 도서관, 과학실, 시청각실, 역사발전관, 음악전용교실, 다목적실, 체력단련실, 피아노교실 등 없는 게 없습니다. 운동장에 나가면 조합놀이 기구가 있고, 담장 밑에는 느티나무와 오솔길, 자산홍 화단이 예쁘게 다듬어져 있어요.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로 애들을 보내려고 주소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
—좋은 시설 갖춰 놓고 내년에 정년퇴임을 하시게 돼서 아쉽지 않으신가요?
“제가 부임하고 4개월 뒤부터 공사가 시작됐어요. 1년 동안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수업을 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이젠 아이들이 “우리 학교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보다 큰 보람이 어디 있겠어요? 내년에 학교를 떠날 때는 미련없이 떠날 겁니다. 후임자에게 여건이 좋은 학교를 물려주게 돼 기뻐요.”
—방과후 학교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요.
“컴퓨터강좌가 최고 인기예요. 참가 어린이가 330명이 넘습니다. 그다음이 영어, 수학이에요. 총 39개 강좌에 800여 명이 참가하고 있어요. 학부모들 사교육비 절감에 큰 보탬이 될 겁니다. 특히 승마교실과 피아노교실은 다른 학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색다른 프로그램입니다. 또 80여 명의 학생,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미아관혁악단은 인기 폭발입니다. 교내외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눈코 뜰 새가 없어요.”
—교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95년에 서울시 동부여교사회장을 맡았습니다. 여교사예술제를 성공적으로 열었어요. 아직도 뿌듯해요. 요양원, 자애원, 복지관에서 봉사활동했던 기억들도 새롭네요. 그때를 계기로 나눔과 봉사활동에 눈을 떴어요. 아이들과 함께 다녔습니다. 이것만한 산교육이 없더라고요.” -
—교장선생님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농촌에서 어렵게 살았어요. 부모님들이 중학교 때부터 서울로 보내 주셨어요. 자취하면서 수없이 이사 다니고. 기와집들 바라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런 집에 살아 보나 했어요. 대학 때는 국제전화국의 야간 전화교환 일을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어요. 미군들 전화 연결해주면서 영어 말문이 트였어요.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어요.”
—가치관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되는 대로 살자’가 인생의 모토입니다. 방종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 흐르듯 순리대로 세상사에 적응하며 살자는 뜻이죠.”
—아이들에게 한 말씀….
“학교 현관 로비에 ‘VISION, Boys Be Ambitious!!’라는 문구를 적어 뒀습니다. 돌 기념비에는 ‘큰 꿈을 담아, 세계로 미래로’라고 썼고요. 꿈을 꾸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 미아초등 강성희 교장선생님
금교돈 편집실장
kdgold@chosun.com
“우리 학교 최고” 아이들 마음에 자부심 생겼어요
첨단 체육관·도서관 등 학교 시설 멋지게 변신
승마·피아노 교실… 방과후 학교 인기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