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린이, 이제 함께 달리자!] [4-끝] 대책 및 모범사례
우승봉 기자 sbwoo@chosun.com
기사입력 2009.12.03 21:41

인천 장도초 '특별수업'으로 언어 적응력 키워

  • “탈북 어린이들이 남한 사회에 잘 흡수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에 빨리 적응케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탈북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 일반 학생들의 배려, 교사들의 열의가 필수적이지요.”

    일선 학교에서 탈북 어린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이 강조하는 이들 어린이 문제의 해법은 ‘관심과 배려’였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높아지는 학업 중도 탈락률을 낮추기 위해선 초등학교에서의 적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탈북 어린이들은 남한 친구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자신감과 정체성을 찾아간다. 지난달 27일 인천 장도초등의 ‘탈북 학생 정책연구학교 공개 보고회’에서 이 학교 탈북 어린이와 일반 어린이들이 함께 오카리나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에게 ‘탈북’과 ‘일반’의 경계는 없었다. 모두가 똑같은 한국인, 친구라는 ‘우리’만 있었다. / 인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탈북 어린이들은 남한 친구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자신감과 정체성을 찾아간다. 지난달 27일 인천 장도초등의 ‘탈북 학생 정책연구학교 공개 보고회’에서 이 학교 탈북 어린이와 일반 어린이들이 함께 오카리나 공연을 선보였다. 이들에게 ‘탈북’과 ‘일반’의 경계는 없었다. 모두가 똑같은 한국인, 친구라는 ‘우리’만 있었다. / 인천=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학력신장의 핵심은 ‘언어’
    이런 점에서 인천 장도초등학교(교장 심장섭)가 추진해 온 지난 2년간의 프로그램은 큰 시사점을 던져 준다. 장도초등은 2008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탈북 학생 교육 지원 정책연구학교 과제를 수행했다. 이 학교 탈북 어린이 수는 47명. 장도초등은 탈북 어린이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자신감 신장’을 목표로 삼았다. 장일태 연구부장은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선 학력신장이 수반돼야 했다”며 “이를 위해 언어를 빨리 습득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장도초등은 우선 교사·학부모·학생 대상 연수와 강연 등으로 탈북 어린이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환경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언어 습득을 돕기 위해선 △우리말 실력이 크게 떨어지는 탈북 어린이들을 위한 ‘한국어반’ △읽기·쓰기 능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한글반’ △좀 더 능숙한 언어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언어향상반’ 등 ‘수준별 언어교육반’을 만들어 방과 후 ‘특별수업’으로 진행했다. 각종 체험학습과 특기신장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했고, 탈북 학생 가정방문을 통해 남한의 교육문화를 알리고 학부모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변화는 ‘수치’가 말해줬다. 지난해 4월과 올해 10월 탈북 어린이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학생들의 등수가 평균 5.38등이나 올랐다. 학교생활 적응도를 점수로 계산한 설문조사에선 탈북 학생들(92.7점)이 오히려 일반 학생들(90.4점)보다 높게 나왔다. 이 학교 김정연 교감 선생님은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탈북 가정 부모님들이 늘면서 아이들의 성적과 학교생활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 떳떳이 밝힐 환경 만들자
    탈북 어린이들이 학업만큼이나 큰 어려움을 겪는 정체성 문제도 ‘배려’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안성의 한 학교 예가 있다. 한 학급의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며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탈북 학생을 위해 통일 전문가를 초빙해 ‘통일수업’을 가졌다. 북한 주민의 삶과 탈북자의 탈출 과정, 중국과 남한에서의 삶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수업 말미 담임 선생님은 “여러분의 친구 중에서도 탈북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곤 탈북 학생을 일으켜 세워 자연스러운 ‘고백’을 유도했다.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연 상태에서 이뤄진 ‘의식’을 통해 이 학급은 한 친구의 마음의 짐을 덜어줬고, 탈북 학생은 진정한 친구들을 얻었다.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한만길 소장은 “주위에 자신의 신분을 공개한 탈북 학생들이 일정 단계를 거치면서 오히려 더 자신 있게 성장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단, 이 과정은 신중하고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현장의 한계, 정부 지원으로 풀어야
    학교 현장의 노력 이상으로 사회의 제도적 뒷받침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탈북자 정책은 완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데다, 그나마 있는 부분도 성인 탈북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용동초등 최기룡 선생님은 “탈북 어린이 대상 하나원 프로그램이 남한 사회와 학교로의 빠른 적응을 위해 더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탈북 어린이가 10명 이상 재학 중인 학교에 전담교사를 두는 등 적극적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청소년센터 윤상석 팀장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국 태생 ‘탈북 어린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며 “해당 부처는 법만 앞세워 이들의 문제를 외면할 게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