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아이, 책을 딛고 일어서다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23.06.21 09:31
  • 독서치료(Bibliotherapy)는 독서를 통하여 사람의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일을 말한다.
    ▲ 독서치료(Bibliotherapy)는 독서를 통하여 사람의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일을 말한다.
    “사람은 어떤 슬픔도 다 정복할 수 있다. 자신에게 닥친 것만 빼고.” - 윌리엄 셰익스피어 <헛소동>

    정말 아니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 세상에 나옴과 동시에 모두 서퍼가 됐다. 파도가 올 때마다 고꾸라지고, 짠물을 들입다 먹고, 심지어는 나를 도와주러 온 줄 알았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기까지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게 인생이다. 

    간혹 우리 어른들이 잊곤 하는데, 아이들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의 파도는 아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치이기를 반복한다. 내가 직장에서 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있듯이, 우리 아이 역시 학교나 학원에서 같은 일을 겪어야만 한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희뿌연 미래를 고민하듯, 우리 아이 역시 어떤 길을 선택하는 게 맞나 갈팡질팡 마음을 졸인다.

    작은 타박상이라도 나면 앓는 소리를 하며 다가오지만, 깊은 상처를 입으면 오히려 감추는 게 아이들이다. 이럴 때 어른들은 아이들 주변을 기웃거리며 전전긍긍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데, 직접 상처를 치료해줄 수 없다면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보게 도와주는 건 어떨까? 바로 책으로 말이다.
  •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 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독서치료(Bibliotherapy)는 독서를 통하여 사람의 정서적, 사회적,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일을 말한다. 이야기 속에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이 그런 환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책을 읽으며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서치료의 혜택을 톡톡히 본 사람 중 하나는 페르시아의 왕 ‘샤리아르’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왕비와 흑인 노예가 함께 있는 것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 두 사람을 죽이는 것에서 모자라 매일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을 한 뒤 그 다음날이면 사형을 시킨다. 바로 이때 ‘세헤라자데’가 또 다른 신부가 된다. 세헤라자데는 매일 밤 샤리아르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말을 말하지 않는다. 왕은 이야기가 궁금해서 하루하루 그녀의 처형을 연기한다. 결국 천일 일 동안 이야기를 듣던 왕은 그 마음이 바뀌어 세헤라자데를 왕비로 삼고, 선정을 펴게 된다. 그야말로 샤리아르가 독서치료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 리딩엠 제공.
    ▲ 리딩엠 제공.
    독서치료의 혜택을 본 사람은 또 있다. 바로 ‘장 폴 사르트르’다. 그는 한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아야 했다. 작은 키에 사시, 게다가 한쪽 시력을 거의 상실한 소년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기 딱 좋았다. 상처가 가득했던 이 작은 소년을 빛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바로 외할아버지의 낡은 책이었다. 

    “나는 흙을 파 본 일도, 둥지를 훑어본 일도 없다……. 오직 책들만이 나의 새들이며 둥지며 가축이며 외양간이며 시골이었다.”

    거실에 한 권 툭, 식탁에 한 권 툭. 우리 아이들의 눈길과 손길이 닿는 곳에 무심하게 한두 권의 책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물론 그 전에 내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 모두 책을 딛고 다시 파도 위에 씩씩하게 서는 모습을 그려본다. 

    글=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