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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그걸 할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해요.”‘과학자와 놀자’라는 책으로 수업할 때 M이 한 발언이다. 탈레스, 뉴턴, 갈릴레이 등 여러 과학자가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 겪은 어려움을 살펴보며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부끄럽게도 수업을 준비하면서 ‘편견과 차별 등이 없는 사회’ 정도로만 답변을 예상했는데, 청출어람이라더니 아이들은 나보다 더 폭넓게 생각하고 있었다.요는 이랬다. 과학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 이상의 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다소 엉뚱해 보이는 생각을 해야 더 나은 발견이 나오고, 이러한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성실하던 C가 그날따라 유난히 집중을 하지 못해 결국 평소에 하지 않던 꾸지람을 좀 심하게 했다. 영 꺼림칙하여 결국 수업을 마치기 전에 C에게 사과를 했더니,“요즘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조금 힘들었어요. 저도 잘하려고 했는데 자꾸 멍때리게 돼요. 죄송해요.”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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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련의 사건들 속에 ‘멍때림, 딴생각’에 대한 궁금증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심리학자 마이클 코벌리스의 <딴생각의 힘>이다.우리는 모든 은연중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문젯거리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멍때리고 딴생각에 빠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며, 극복해야 할 나쁜 습관이 아니라 ‘즐겁고 보다 창의적인 나’가 되기 위해서 적극 권장해야 하는 ‘좋은 습관’임을 주장한다.이 책은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샌타바바라의 조너선 스쿨러 교수와 동료들은 학생들에게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앞부분을 45분 동안 읽게 하고 자신이 ‘멍해졌다고’ 느낄 때마다 버튼을 누르게 했다. 학생들은 평균 5.4회 버튼을 눌렀다. 아울러 임의의 간격으로 여섯 차례 학생들의 독서를 방해해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딴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그러자 평균 1.2회가 추가되었다.우리가 평소 얼마나 딴생각을 자주 하는지 보여주는 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실험에서 딴생각을 가장 많이 한 피험자들이 다양한 창의성 측정 과제에서는 제일 좋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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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의 정신은 생물학적으로 집중상태와 방랑상태를 왔다갔다 하도록 타고났다고 주장한다. 멍때림과 딴생각은 집중적인 활동으로부터 뇌의 회복을 돕기 위한 휴식과 긴장완화 도구일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또 정신의 방랑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정신적 지평을 확장한다고 주장한다.만약 교실에서 학생들이 살짝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본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해도 좋지 않을까? 단지 창의성의 문을 열고 더 깊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방랑을 마치고 다시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지만, 이런 유연한 태도만으로도 조금 더 풍성한 수업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글=김은경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도곡교육센터 부원장 #조선에듀 #리딩엠
딴생각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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