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부모의 딜레마,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줘? 말아?
서민수 경찰관
기사입력 2023.03.07 09:00

-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걱정해야 하는 20가지 이유

  • 디지털 세대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경제, 인간관계, 질서 등 다양한 활동을 만듭니다. 하지만 부모세대는 그 실체를 마주하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아 늘 고민이죠.
    ▲ 디지털 세대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경제, 인간관계, 질서 등 다양한 활동을 만듭니다. 하지만 부모세대는 그 실체를 마주하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아 늘 고민이죠.
    요즘 자녀 세대를 가리켜 흔히 ‘디지털 세대’라고 부르는 건 단순히 스마트폰을 끼고 노는 세대라서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며, 부모와 교사 등 아이들의 성장과 돌봄에 관여하는 세대와 ‘초격차’를 보인다는 걸 의미하죠. 디지털 세대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경제, 인간관계, 질서 등 다양한 활동을 만듭니다. 하지만 부모세대는 그 실체를 마주하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아 늘 고민이죠.

    중요한 건 스마트폰은 자녀의 생애주기 동안 절대 사라질 수 없는 ‘필수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부모세대로 치면, 자동차와 같달까요. 자동차가 없으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있으면 효용 가치가 높죠. 특히, 자동차가 가진 위험성을 생각하면 그만큼 비용도 감수해야 하고 책임도 가져야 합니다. 또, 자동차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교통 법규와 사용법을 공부해서 면허증도 취득해야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생활 도구입니다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면허증 따윈 필요치 않습니다. 잘못 사용하면 교통사고처럼 자녀가 다칠 수 있고 또 자녀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또, 허용한다면 대체 언제 허용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각각의 상황에서 이야기해 보죠. 먼저, 부모가 스마트폰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스마트폰을 처음을 개발한 미국의 스티브 잡스도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하죠. 스티브 잡스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일상이 스마트폰으로 채워질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부모가 스마트폰을 허용하지 않겠다면, 무조건 통제할 게 아니라 스마트폰의 공백을 대신할 방안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또래와의 소속감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조건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는 것도 아이들의 성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죠. 그보다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 아이가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함께 풀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대신 집에서 PC로 메신저를 쓰게 한다든가, 친구와 연락할 일이 있으면 부모님의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죠. 또, 부모가 스마트폰을 허락하지 않을 때 아이들은 흔히 ‘왕따’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부모에게 “스마트폰이 없으면 친구들에게 왕따 당할지 몰라.”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다고 해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여태껏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주지 않은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럼, 반대로 스마트폰을 허용하거나 이미 허용했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허용한다면 자녀가 스마트폰을 스스로 통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연령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걸 자녀가 지닌 ‘책임성’과 ‘독립성’이라고 말하는데요. 자녀의 성장기를 놓고 보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에 스마트폰을 사 주는 걸 권하죠. 이때 되면 자녀가 어느 정도 책임성과 독립성을 갖췄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스마트폰을 주는 건 곤란합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줄 때는 그야말로 ‘잘 주는’ 게 중요하죠. 부모는 스마트폰을 처음 사 줄 때 자녀와 서로 규범을 만들고 약속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부모가 아무 고민 없이 스마트폰을 사 주면 아이 역시 스마트폰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또, 규범과 약속을 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절제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그냥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이 되게 중요한 물건이구나”라고 자연히 인식하고, 사용할 때도 나름의 규범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면, 직접 부모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다른 애들이 다 갖고 있어서”와 같은 말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 설득에는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할지 자기 약속도 담겨 있어야 하죠. 약속이란 게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게임도 조금 하겠지만 주로 공부할 때 사용하겠다.”, “하루에 2시간만 쓸 거고 부모님이 설치한 앱은 삭제하지 않겠다.”, “약속을 어기면 응당한 수준의 책임을 지겠다.” 등 아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약속과 다짐이면 충분합니다. 

    요즘은 부모가 자녀의 안전 문제로 스마트폰을 사 주기도 하는데요. 이때도 역시 스마트폰이 어떤 역할과 기능, 위험성을 갖는지 부모가 아이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저학년이라면 처음 스마트폰을 갖고 1년여 정도만 잘 지켜봐 주면 이후에는 아이 스스로 절제하며 스마트폰을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게 되면, 스마트폰에서 아이를 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부모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문제는 자녀만을 통제해선 안 되고 가정에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하는 등 가족 전체가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계획도 세워주세요. 지난 몇 년간 북 강연회를 통해 전국에 있는 서점을 방문하면서 공통된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부모와 서점에 온 아이들 대부분 스마트폰 대신 책을 쥐고 있었고 부모와 함께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야구장이나 미술관에서도 비슷했고요. 그러니 부모는 자녀에게 “○○아, 스마트폰 너무 하는 것 같아. 이제 그만해”라고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말보다 “스마트폰 그만하고 아빠랑 ‘이것’같이 하자”라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는 게 좋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일상이 방해될 정도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다면, 부모는 더 단호한 방법을 챙겨야 합니다. 의심은 되나, 아이의 상태를 파악할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 막막한 분들이 있을 텐데요. 자녀가 스마트폰 사용으로 대화, 식사, 수면, 학습 등 기본 일과에 방해받는다면, 이미 과의존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쉽 센터’에서 정보를 얻거나 동네에 있는 ‘인터넷 중독예방 센터’와 같은 지역 전문 기관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글=서민수 경찰관 #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