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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가 잘 들리나요? 잘 들리면 손을 들어주실래요?”
16일 오전 9시 서울 용산초에서 열린 ‘온라인 개학식’에서 전용재 교장이 이 같이 말하자, 원격화상회의시스템인 줌(ZOOM) 화면에 나타난 20명의 학생이 손을 흔들었다. 이날 각자 집에서 온라인 개학식에 참여한 학생들은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 5~6학년 담임교사 등도 모두 교장실과 교무실, 각 교실에서 로그인했다.
앞서 1차 개학에 참여한 중고등학생 86만명 중 일부가 접속 장애를 겪으면서 2차 개학일에 초4~6, 중1~2, 고1~2 등 312만명이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를 이용하며 서버 과부하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이들 플랫폼이 아닌 실시간 쌍방향 플랫폼을 활용한 용산초의 온라인 개학식과 정규 수업은 다소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전 교장은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을 보고 있는 모습을 화면으로 볼 수 있어 아주 좋다”며 “온라인 교육이 끝나고 얼른 학교에서 만나 즐겁고 행복한 용산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장은 온라인 개학식에 들어와 있는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며 직접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
이날 10분가량 진행된 온라인 개학식에는 용산초 5~6학년 전교생 91명 중 86명이 참여했다. 다만, 5명의 학생은 기기 조작이 미숙하거나 접속 장애가 발생해 온라인 개학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처럼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확인해 다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선상으로 지도하기로 했다.
용산초 5학년 창의반 1교시 수업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이뤄졌다. 이날 수업은 줌을 활용한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됐다. 창의반 담임을 맡은 송미경 교사는 9시 30분이 되자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교사가 학생 22명의 번호와 이름을 부르면 개별 학생이 손을 번쩍 들어 보이는 식이다. 별다른 접속 장애를 겪지 않은 덕분에 출석 확인은 5분 만에 이뤄졌다.
용산초는 당일 수업 차시마다 출석을 확인하되, 접속 오류로 인해 출석 확인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학습일지를 작성하고 과제물을 수행하면 출석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출석은 주말을 포함한 7일 내에 확인돼야 한다.
출석 확인을 마친 송 교사는 새 교실을 한 번도 오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직접 찍은 반 푯말과 교실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송 교사는 “너희가 궁금해할 것 같아 우리 반 교실 둘러보기를 준비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은 짝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시험 대형으로 책상 간격을 다 띄워놓은 채로 생활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 수업에서는 ‘온라인 개학’과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계기교육이 이뤄졌다. 송 교사는 미리 만들어둔 ‘인터넷 수업 예절’ 자료를 띄운 화면을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등교할 때처럼 수업 시간을 지키고, 채팅에서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그럼에도 온라인 수업이 신기한 학생들은 수업 도중 채팅 창에 ‘ㅋㅋㅋㅋ’ ‘ㅇㅋ’와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송 교사는 특히 “잠옷차림처럼 등교할 수 없는 복장은 안된다”며 “상·하의 모두 단정하게 입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대체로 평상복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코로나19 예방수칙에 따른 손 씻기’. 송 교사는 ‘올바른 손 씻기 6단계’ 자료를 보여주며 “쉬는 시간에 각자 화장실에서 6단계 손 씻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나서 2교시를 시작하겠다”고 안내했다.
이러한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EBS 온라인 클래스에 게재된 ‘원격수업학습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매일 들은 교과목마다 학습참여 여부를 표시하고, 내가 배운 것과 느낀 점 등을 자유롭게 적는 식이다.
앞으로 용산초는 실시간 쌍방향뿐만 아니라 과제 제시형과 단방향 학습콘텐츠 활용형 등을 병행해 운영할 예정이다. 김경미 용산초 교무부장은 “1~2학년을 포함한 모든 학년 수업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1시간 이상 실시할 것”이라며 “향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시간을 차츰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접속량 과다로 인한 오류를 막기 위해 학년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시작 시각을 분산할 계획이다. 5~6학년은 오전 9시부터, 3~4학년은 10시부터, 1~2학년은 11시부터 각각 운영하는 식이다.
한편, 이날까지 온라인 개학에 참여하는 학생은 400만명에 달한다. 초등 1~3학년이 개학하는 오는 20일에는 전체 초·중·고교생 550만명이 원격수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온라인 개학 맞은 초등생 수업 도중 채팅창에 ‘ㅇㅋ’ ‘ㅋㅋㅋ’
-용산초, 온라인 개학식부터 정규 수업까지 운영
-첫날 수업서 코로나19 예방법 등 계기교육 중심
-"모든 학년 실시간 쌍방향 수업 1시간 이상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