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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에게 탈퇴한 회원의 과목비를 대납하게 한 정황이 드러난 교육기업 대교가 이를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하려는 학습지 교사에게 ‘미수금’을 요구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재하지 않는 학습지 회원의 과목비를 전가하다가, 이를 거부하고 관두는 교사에게 다시 받지 못한 돈을 내놓고 가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16일 대교 학습지 교사들은, 대교가 학습지 교습 위탁계약을 맺은 학습지 교사의 자발적인 계약해지 요구 또는 재계약 거부 시 학습지 회원의 과목비를 ‘미수금’ 명목으로 청구한다고 주장했다. 미수금 대상은 이미 학습지 회원을 탈퇴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퇴회홀딩’(탈퇴회원)과 학습지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회원을 조작해 등록한 ‘가라입회’(가짜회원) 등이라고 덧붙였다.대교 소속 한 러닝센터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김인숙(가명·45)씨는 “미수금이 수십만원~수백만원에 달한다”며 “계약을 끝내려는 학습지 교사에게 해당 러닝센터의 퇴회홀딩 등을 몰아 정상화를 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수수료에서 미리 빼기도 하고, 소송을 제기해 받아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문제는 대교와 학습지 교사의 계약서대로라면 미수금은 원천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수금은 말 그대로 ‘받지 못한 돈’이다. 정해진 계약에 따라 선불로 과목비를 납부 받는 체계상, 학습지 회원이 있다면 받지 못한 돈이 존재할 수 없다. 결국 대교가 미수금을 학습지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미 탈퇴했거나 존재하지 않는 신규회원을 등록하는 등 회원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자백하는 셈이다.대교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교 측은 “학습지 교사가 사측에 납부해야 할 과목비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할 경우 이를 청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과목비 대납을 전제로 미수금 청구를 문제시하고 있으나 받지 못한 돈을 청구하는 것은 사측의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했다.학습지 교사들은 이 밖에도 학습지 과목비 대납 등 만성적인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 20년간 대교의 학습지 교사로 일한 강숙정(가명·55)씨는 “학습지 교사는 대부분 20대~30대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 다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그만두려고 해도 막대한 미수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목격하다 보니 꺼리게 된다”고 했다.눈높이 회원을 모집하는 행사도 학습지 교사의 사비로 치르기 일쑤라고 했다. 강씨는 “3월 개학을 앞두고 학교나 마트, 아파트 단지 등에서 홍보부스를 꾸리고 아이와 학부모를 상대로 진행하는 회원모집 행사 비용(장소 임대비, 선물비용 등)도 교사에게 전가한다”고 주장했다. 장소를 대여하는 비용이나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사은품 등을 교사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차례 행사를 치를 때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교사 1인당 5만원꼴이다. 그는 “당초엔 대교가 부담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지 교사에게 내도록 바뀌었다”고 했다.업무강도도 높다는 주장이다. 통상 오전 9시까지 출근해 저녁 8~9시가 돼서야 퇴근한다. 수업은 주로 오후에 몰려 있지만, 오저엔 회의나 교육, 판촉행사 등 회사가 주문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업무 전반을 대교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점 등은 최근 행정법원이 학습지 교사를 대교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학습지 교사들은 대교에 수수료 인하 시도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처우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20여 년째 대교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유지성(가명·52)씨는 “한때 52% 수준의 수수료를 받았으나 회사의 요구로 러닝센터로 갑자기 자리를 옮기면서 42%로 대폭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러닝센터는 가정방문이 아닌 학원처럼 학습공간을 마련하고, 이곳으로 학생을 불러 학습지 수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학습지 교사들은 또 대교가 새로운 교재나 신상품을 출시하면 판촉을 독려하면서 해당 상품의 수수료율을 기존 수수료율보다 낮게 유지해 사실상 기존 계약을 밀어내는 수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강씨는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보니 열악한 점이 많다”며 “행정법원 등도 판결을 내린 만큼 대교도 더는 버티지 말고 학습지 교사를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교, 계약해지 원한 교사에 ‘미수금’ 청구했나
-교사가 관둬 ‘받지 못했다’며 소송 청구까지
-대교 “못 받은 과목비 청구는 정당한 업무”
-“판촉행사비도 교사가” 만성적 갑질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