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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할로윈 축제를 앞두고 아이를 둔 학부모의 근심이 늘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할로윈 행사를 열면서 의상 준비나 간식 마련 등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10월 중순부터 어린이집·유치원·놀이학교 등 유아·아동 교육기관은 할로윈 축제 행사 준비를 시작한다. 이르면 만 1세반부터 할로윈 행사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의 할로윈 행사가 일종의 연례행사로 자리 잡으며 할로윈 행사를 꼼꼼히 챙기는 학부모도 늘었다. 최근에는 의상뿐 아니라 소품까지 챙겨가며 만화영화 등장인물을 섬세히 묘사하는 게 추세다.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를 따라 한다면 공주 의상과 더불어 요술램프를 준비하는 식이다.
문제는 할로윈 의상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구매처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아이가 원하는 캐릭터를 충분히 묘사한 의상은 5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배인지(가명·37·충남)씨는 “하루 행사를 치르자고 구매하기는 비싸다”고 토로했다.
일부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은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저렴한 의상을 판매하지만, 정작 학부모는 구매를 망설인다. 김진용(가명·38·경기)씨는 “마트에서 망토랑 모자 정도만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친구들은 멋진 옷 입고 왔다고 아이가 부러워할까봐 신경 쓰인다”고 했다.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구하기 위해 일찍이 해외 구매에 나선 학부모들도 있다. 최지은(34·경기)씨는 “5세 딸아이가 만화영화 ‘백설공주’ 속 여왕을 따라 하고 싶다는 이야기에 한 달 전부터 해외 사이트에서 의상을 구매했다”며 “사이즈가 맞지 않아 수선하는 등 행사 하루를 위해 들이는 노력이 만만치 않지만, 아이가 즐거워해 챙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부담 외에도 의상 종류를 결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행사에 ‘적당한’ 의상을 찾아야 해서다. 아이가 좀비나 강시와 같은 귀신 복장을 원하더라도, 주변 친구들이 놀랄까 봐 학부모는 쉽게 입힐 수 없다. 한복, 감자튀김 등 다소 낯선 의상의 경우 아이가 놀림당할 우려가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여아의 경우 공주, 남아의 경우 마법사가 안전한 할로윈 의상 선택지로 여겨지고는 한다.
학부모의 부담을 의식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간단한 소품만 준비해오라고 안내한다. 따로 의상 준비를 하지 않도록 단체로 의상을 대여해 아이들에게 입히는 곳도 있다. 이 경우에도 학부모의 고민은 여전하다. 할로윈 간식거리를 준비해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맘카페에는 아이 이름을 써놓은 스티커를 붙여 반 친구들에게 나눠줄 할로윈 간식을 준비한다는 인증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에 비해 어린이 할로윈 파티가 의미가 없다고 불평을 토로하기도 한다. 허윤(가명·33·경기)씨는 “아이가 만화영화 캐릭터를 아는 나이면 모르겠지만,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 옷을 입혀 보내는 게 달갑지는 않다”고 했다.
[NOW] ‘유치원 할로윈 의상’ 한 벌 5만원에 해외직구까지
-어린이집·유치원 할로윈 행사 준비에 학부모 울상
-“한 번 입고 버릴 옷이지만 기죽을까 신경 쓰여”
-의상 준비하지 말라는 안내에는 간식 준비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