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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경남 사천 삼천포초등학교에 경사가 났다. 이 학교 초등 5년생 일곱 명으로 구성된 어린이 기자단이 제2회 에듀넷 어린이신문 온라인 경진대회에서 1등 상인 대통령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에듀넷 어린이신문 온라인 경진대회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주최하는 전국대회. 웹사이트(enie.edunet.net)를 통해 온라인 신문을 발간하는 학교가 참가 대상이다. 190여 개교가 기량을 겨룬 이 대회에서 삼천포초 어린이 기자단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6일, 영광의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경남 사천으로 향했다. -
◆3개월 만에 창간호 완성 특기 살려 역할 분담
삼천포초 어린이 기자단이 처음 만들어진 건 지난해 7월이었다. 평소 신문활용교육(NIE)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정은주 선생님의 권유로 같은 반 친구였던 박민정·신주희·김미진·박보현·오선화 양이 뜻을 합쳤다. 김가영·이한나 양은 3개월 후인 그해 10월 합류했다. 보현 양은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취재원 섭외부터 사진 촬영, 기사 작성까지 척척 해내는 베테랑 기자단이지만 이렇게 실력을 갖추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의욕만 넘쳤지 기사 쓰는 법은 물론, 컴퓨터나 카메라 다루는 법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가영 양은 “미디어 전문가로부터 영상 촬영법과 동영상 편집, 사진 찍는 법, 기사 작성법 등을 먼저 배웠다”며 “기자단이 꾸려진 지 석 달이 지나서야 창간호가 완성됐을 정도로 초반 작업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기자로서의 걸음마를 뗀 어린이 기자단은 역할을 분담했다. 취재와 기사 작성은 모두가 맡되, 그림을 잘 그리는 보현 양은 기사에 들어갈 삽화를 담당하고 부편집장 민정 양은 다른 기자가 쓴 기사의 맞춤법을 바로잡는 식이었다. 가영 양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제작과 사진 촬영 쪽을 책임졌다.
주 1회 열었던 편집회의에선 기사의 주제와 구성 방식을 의논했다. 취재일기도 매일 작성했다. 내일 할 일, 느낀 점, 써야 할 기사 목록 등을 기록해두고 쉬는 시간 틈틈이 취재에 시간을 투자했다. 보현 양은 “학교 수업과 취재를 병행하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며 “만일 누가 억지로 시킨 일이라면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동영상·댓글 제도로 조회 수 5000건 이상 기록도
삼천포초 어린이 기자단이 만드는 온라인 신문의 제목은 ‘수남 숲 울림’이다. 수남은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옛 지명이다. 지난해 10월 6일 공개된 창간호를 포함, 이제까지 총 8호가 제작됐다. “애들이 만든 신문인데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린이가 관심 가질 만한 주제와 독특한 구성, 다양한 볼거리로 교내뿐 아니라 에듀넷 어린이 신문 사이트에서도 인기 만점인 것.
기사마다 질문을 던져 독자와 댓글로 소통할 수 있게 한 점도 독특하다. 가장 인기를 끈 기사는 5000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웃는 얼굴로 인사 잘하기’(5호 게재)다. 보현 양이 직접 동영상 기사에 등장해 경남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로 바르게 인사하는 법을 소개한다. 민정 양은 “또래의 시각으로 어린이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를 쓴 덕분에 인기를 끈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삼천포초 어린이 기자단이 신문 제작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건 정은주 선생님을 비롯한 삼천포초 구성원의 보이지 않는 지원 덕분이다. 흔쾌히 취재에 협조해준 친구들, 넌지시 기삿거리를 알려준 선생님 등 모두가 최선을 다해 어린이 기자단을 도왔다. 정은주 선생님은 “앞으로도 어린이 기자단의 활동을 전적으로 돕겠다”고 전했다. ‘수남 숲 울림’은 올해도 기자 수와 기사 내용을 대폭 보강해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 어린이] 전국 온라인 신문 대회서 대통령상 받은 경남 삼천포초 어린이 기자단
사천=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수업·취재 병행···하루 24시간이 모자라요"
취재원 섭외부터 촬영까지 '척척' 독특한 주제로 교내외서 인기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