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63세)가 새해 첫날인 1일(이하 현지 시각) 공식 취임(就任·새로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맡은 자리에 처음으로 나아감)했다.
호세프는 이날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 의사당에서 열린 제3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제35대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로부터 대통령 휘장(徽章·신분을 나타내는 띠나 배지)을 넘겨받았다. 브라질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건 왕정(王政·임금이 다스리는 정치)이 폐지된 이후 122년 만에 처음이다. -
호세프는 이날 취임식에서 “오늘은 (브라질 역사상) 여성이 처음으로 대통령 휘장을 어깨에 두른 날이다”며 “앞으로 여성과 모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전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호세프는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을 잇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룰라 전 대통령이 이뤄낸 성과들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며 “물가를 안정시키는 건 물론, 가난을 없애고 교육과 과학기술 방면에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호세프는 바다 밑 석유자원 개발, 복잡한 세금제도 개편 등 새롭게 추진될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호세프는 불가리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60년대 후반, 당시 브라질 군사독재 정권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다 3년간 감옥에 갇혔다. 이후 1980년 민주노동당(PDT)을 만들 당시 팀원으로 참여하며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1년엔 룰라가 있는 노동당(PT)으로 당을 옮겼다. 2003년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에너지부 장관, 수석장관(한국의 국무총리에 해당)을 맡아 활약했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건 지난 2009년. 당시 대통령이던 룰라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호세프를 지목하면서부터다. 브라질 내에서 룰라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지난달 29일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센수스(Sensus)의 발표에 따르면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둔 룰라 전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은 87%였다. ‘국민이 신뢰하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인물’이란 후광(後光·사물을 더욱 빛나게 하는 배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덕분에 호세프가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브라질 국민의 약 70%는 ‘새 대통령 호세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호세프에겐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룰라의 그늘에서 벗어나 ‘호세프만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가장 큰 과제.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물가와 재정 적자 등 경제 문제의 해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호세프 대통령이 경제 문제 때문에 임기 내내 애를 먹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뉴스]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취임
김지혜 기자
april0906@chosun.com
지우마 호세프 "약자 보호하고 가난 없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