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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자신의 모습을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있다. 어느 날, 이들의 손에 일회용 카메라 한 대가 쥐어졌다. 아이들은 주변 인물과 풍경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 장난기 어린 표정의 어린이, 집안일 하시는 엄마…. 초보자가 일회용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작품이 탄생했다. 오늘 서울 언오피셜 프리뷰갤러리(송파구 석촌동)에서 문을 연 사진전 ‘꿈꾸는 카메라 in 잠비아’ 얘기다.
사실 ‘꿈꾸는 카메라’ 는 1년여 전에 시작된 프로젝트다. 가난한 국가의 어린이에게 물질적 지원 대신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일회용 카메라를 지원하고 그들이 찍은 사진을 되돌려주는 게 기본 내용. 지난 2009년 10월 차풍 신부와 김영중 사진작가 등 8명이 아프리카중남부에 있는 나라 잠비아의 난민촌학교 어린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 2000대를 나눠주며 시작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건 전문 큐레이터(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가 아닌 대학원생 박은새 씨(25세·미국하버드대 조경학과 석사과정)다. “ 진로고민을 하던 중 떠난 아프리카 캠핑 투어에서 많은 어린이를 만났어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해맑은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그때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알게 됐어요." -
흔히 아프리카라고 하면 가난하고 굶주린 아이들을 떠올리지만 ‘꿈꾸는 카메라’ 속 사진은 온통 희망이었어요.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전시회를 열겠다고 마음먹은 박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언오피셜 프리뷰 갤러리. 예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끼를 펼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이동욱 관장은 박씨의 제안에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곤 잠비아 아이들의 사진뿐 아니라 그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화가의 그림도 함께 전시하자고 제안했다.
엄밀히 말하면 ‘꿈꾸는 카메라’ 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이번이 열네 번째다. 하지만 잠비아 어린이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 그리고 그림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려는 국내 작가의 작품이 함께 선보이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은새 씨는 “관람객이 아프리카를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기간 중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준비할 계획” 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전시장에선 잠비아 어린이들이 촬영한 사진 100여 점을 비롯해 신인 작가 14명이 사진을 보고 재구성한 그림 70여 점,서울의 젊은 건축가 그룹 ‘서울 매니페스토’ 가 잠비아 어린이를 위해 만든 도서관 모형·설계도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작은 현장에서 판매될 예정. 수익금은 전액 잠비아 어린이 돕기 사업에 쓰인다. 오는 23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단, 11일과 17일은 휴관). 문의 02-417-5401
아프리카 아이들의 '꿈', 일회용 카메라에 담다
김명교 기자
kmg8585@chosun.com
오늘부터 '꿈꾸는 카메라 in 잠비아' 사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