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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2시. 지산초등학교는 광주역에서 20여 분 거리의 한적한 시골 길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텅 빈 운동장이 ‘지금은 방학 중’임을 알렸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낯설지 않은 우리 가락이 들려왔다.
음악 소리를 쫓아 간 곳은 2층 다목적실. 국악 관현악 협주곡 ‘멋으로 사는 세상’과 ‘신뱃놀이’의 아름다운 가락이 이어졌다. 거문고·해금·북 등 다양한 국악기를 손에 든 지산초등 ‘꼬마 국악인’ 60여 명이 화음을 맞추는 현장이었다.
지산초등 전교생은 누구나 한 가지씩의 악기를 다룰 수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예술꽃 씨앗학교’로 지정돼 전교생이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있는 덕분이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예술 교육을 제대로 받기 힘든 농어촌과 도농(都農·도시와 농촌을 아울러 이르는 말)복합지역의 10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4년 동안 모든 어린이가 무료로 문화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지산초등 어린이들은 학기 중 주 3회 방과후 활동을 통해 거문고·해금 등 11개 악기 중에서 자기가 배우고 싶은 국악기를 배운다. 실력이 뛰어난 어린이는 교내 국악 관현악단에서 활동한다. 이들의 지도는 12명의 외부 국악 전문가가 맡는다. -
이 학교에선 방과후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 전통놀이 체험, 지역 농요 배우기, 국악공연 관람 등 우리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방학 땐 전통음악에 대한 어린이들의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국악캠프가 열린다. 유순종 선생님은 “전통 음악과 문화를 접하기가 쉽잖은 요즘 아이들과 달리 우리 학교 학생들은 ‘우리 것’을 배운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지산초 국악 관현악단의 실력은 광주시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각종 지역 행사에 초청돼 무대에 선 것도 여러 차례다. 김석우 교장 선생님은 “문화예술 교육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어린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 된 것”이라며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올바른 인성을 갖게 된 건 덤”이라고 설명했다.
2학년 때부터 태평소를 배웠다는 조연호 군(4년)은 “특유의 음색에 매력을 느껴 별 고민 없이 태평소를 선택했다”며 “처음엔 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지금은 국악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범정윤 양(5년)은 가야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국악으로 진로를 결정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다. 범 양은 “가야금을 연주하느라 손가락 여기저기가 굳은살투성이지만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학교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우리 음악' 배우며 자부심 훌쩍
광주=김명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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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산초등학교, 전교생이 '꼬마 국악인'